“집이 전부 무너져 버렸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구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너무 불안합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이시카와현 스즈시에서 사는 가노 야스히로(50)는 한순간에 집을 잃게 됐다. 가노는 2일 아사히신문에 “2층짜리 집이 콘크리트 현관만 남기고 모두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인 가노가 집이 무너지기 전 ‘나가’라고 큰소리를 질러 다른 방에 있던 79살 어머니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근 폐교에서 텐트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 버텼다. 가노는 날이 밝자, 대피소로 옮겼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이번 강진으로 진원에서 가까운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컸다.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중심부에선 1일 오후 6시부터 발생한 화재로 점포와 주택 등 200채 이상이 불탔다. 불길은 거의 잡혀, 연기만 자욱한 상태다. 현내에선 7층짜리 건물이 옆으로 쓰러지는 등 집이 무너지고 도로가 쩍쩍 갈라지는 피해도 잇따랐다. 와지마 소방서는 “집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50건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들도 있어 구조 활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대 5m 높이 쓰나미(지진해일) 예고에다 여진까지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에 사는 70대 부부는 쓰나미를 피해 근처 학교로 긴급하게 피난을 가던 중, 다리가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마이니치신문에 “차 안에서 밤새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은 노토반도 인근에 2일 오전 6시까지 진도 2 이상의 흔들림이 129번이나 계속됐다고 밝혔다. 쓰나미는 진원에서 가장 가까운 와지마항에서 1.2m의 쓰나미가 관찰됐을 뿐 대부분 1m 이하에 머물렀다. 쓰나미 경보·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이시카와현 3만2700가구, 니가타현 30가구 등 대규모 정전과 단수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시카와현 와지마의 요양원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입소자 50여명과 직원 7명이 불안한 밤을 보냈다. 물이 나오지 않아 식사도 못하고, 화장실 물도 내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노토반도로 이어지는 교통편도 대부분 중지됐다. 노토공항은 모두 결항이고, 신칸센 등 철도도 운행이 중지됐다. 고속도로도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노토강진’으로 이날 예정된 왕실의 신년 인사는 취소됐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는 이번 지진 피해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인명 구조 등이 한시라도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진행된 신년 인사엔 약 7만명이 방문하는 등 일본 왕실의 큰 행사로 꼽힌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