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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국회의사당 향한 피맺힌 절규

등록 2008-11-25 19:50수정 2008-11-25 23:04

 제9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대회의 마지막 날 집회가 열린 25일 낮,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1·맨 오른쪽)가 강제연행 당시 상황을 털어놓으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제9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대회의 마지막 날 집회가 열린 25일 낮,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1·맨 오른쪽)가 강제연행 당시 상황을 털어놓으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종군위안부 도쿄집회 현장]
“내 청춘과 인생을 배상하라”
“종군위안부는 돈 받고 일한 단순한 매춘부일 뿐이다.”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주장하는 놈들은 반일 좌익이다.”

25일 낮 12시30분께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참의원 회관 앞 도로. ‘외국인 이민 반대’를 주장하는 펼침막을 든 ‘외국인 참정권에 반대하는 모임’ 등 우익단체 회원 10여명을 앞에 두고, 한 50대 남성이 확성기로 “종군위안부가 강제로 끌려갔다는 주장은 날조”라며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 우익단체 남성의 연설은 오후 1시부터 바로 옆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9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마지막날 집회를 겨냥한 것이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미국 등 각국의 대일본 결의안 수용과 유엔의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려는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시도였다.

연대회의의 집회가 시작되자 ‘여성·전쟁·인권’ 학회 대표인 나카하라 미치코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저들은 더러운 언어로 거짓을 말하고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역사인식을 말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라고 질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1) 할머니가 ‘결정타’를 날렸다. “나는 15살 때 집에 있다가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일본군 300명이 탄 군함을 타고 전쟁터로 끌려가 위안부가 됐다. 지난 17년간 일본 대사관 앞에서 내 청춘과 인생을 배상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일본은 자신들의 죄를 알고 사죄해야 후세가 제대로 살 수 있다.”

같은 피해자인 길원옥(81) 할머니도 “일본 국회에서도 위안부 사죄결의안이 통과되도록 여러분이 힘을 써달라”고 호소했다. 다니오카 구니코 민주당 의원(중의원)은 “이웃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면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듯이, 일본 정부가 세계 각국의 위안부 결의안을 무시하면 이웃 나라들이 일본에 혐오감을 느낄 것”이라고 일본 정부를 꼬집었다.

이날 두 시위는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가 발표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양식과 비양식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우파 세력은 고노 담화조차도 인정하지 못하는 반면,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은 고노 담화에서 담아내지 못한 일본 정부의 공식 피해배상 등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 나서고 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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