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여개 시민·노동단체가 2008년 마지막날 도쿄 도심의 히비야공원에서 연 ‘해넘이 파견마을’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실직 노동자와 노숙자에게 무료 점심을 주고 있다.
시민단체 ‘해넘이 파견촌’ 행사
무료급식·노동상담 등 마련
무료급식·노동상담 등 마련
2008년 마지막날인 31일 일본 도쿄는 올들어 가장 춥고 바람도 매서운 을씨년스런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도쿄의 대표적 도심공원인 히비야공원은 따뜻한 열기로 넘쳐났다.
반빈곤네트워크 등 20여개 시민·노동단체가 파견직 문제를 여론화하고, 실직 노동자와 노숙자들의 연말연시 나기를 도우려고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엿새간 ‘해넘이 파견촌’을 개설했다. 주최 쪽은 점심과 저녁 급식은 물론 대형 텐트를 설치해 한뎃잠을 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변호사들이 해고 파견사원들의 노동상담을 제공했다.
매일 저녁 7시부터는 각계 인사가 참가해 해고가 자행되는 일본의 노동현실과 빈곤문제를 놓고 ‘격려토크’도 열렸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도 3일 밤 격려토크에 참가한다. 농민단체들은 식자재를 조달했고, 그동안 운동노선의 차이로 서로 등을 돌렸던 렌고와 젠노렌 등 노동단체들은 모처럼 손을 잡고 운영자금과 인력을 제공했다.
이날 자원봉사자만 200명이 넘게 몰리고 취재진도 50여명이 넘어서는 등 전체 1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자원봉사자 와카치 아이(68)는 “자원봉사자들 대다수가 젊은이들이라는 점이 너무 마음이 든든하다”면서 “불황이라고 해서 사람을 마구 자르는 기업의 부도덕을 바꾸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호황으로 엄청난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도요타 등 대기업들이 경기불황을 빌미로 내년 3월까지 8만5천여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비정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주요 13개 대기업의 유보금 총액은 33조엔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해고 파견사원 중 상당수가 회사 기숙사에서도 쫓겨나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앉고 있다. 그는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그만큼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청이 밀집한 히비야공원를 행사장소로 택한 것은 파견사원을 양산하고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정책을 편 후생노동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주최쪽의 설명이다. 유아사 마코토 반빈곤네트워크 사무국장(39)은 “아소 다로 정부가 새해 예산안에 5천억엔의 고용대책 예산을 배정한 것은 평가할만하나, 말단의 행정을 보면 아직도 불충분하다”면서 “신주쿠 구직센터에는 그저께 300건의 상담전화가 쇄도했는데 겨우 20명이 대응하고 실제로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들이 파견사원 해고 문제를 집중보도하고, 빈곤과 실직이 자기 책임문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고무적 표정을 지었다.
글·사진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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