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능력 신뢰상실’ 몰락 가속도
도농 격차확대·고용불안 등 고이즈미 구조개혁 지지층 이탈
도농 격차확대·고용불안 등 고이즈미 구조개혁 지지층 이탈
일본 정치가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1955년 창당 이래 54년간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 장기 집권체제(1993~1994년 10개월 제외)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자민당 일당지배 체제가 종지부를 찍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집권능력에 대한 신뢰 상실을 자민당 몰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집권능력은 역대 선거에서 자민당의 최대 강점이었지만, 최근 잦은 총리 교체 와중에 집권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2005년 총선에서 자민당 압승을 견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사임 이후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1년마다 총리가 국민의 신임도 묻지 않고 바뀌었다. 특히 아소 총리는 우정 민영화 문제 등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중의원 임기 말에 쫓겨 지지율 10%대에서 어쩔 수 없이 총선을 단행하는 결단력 부족도 드러냈다.
자민당이 몰락하게 된 데는 고이즈미식 정치의 부정적 유산도 빼놓을 수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신자유주의식 구조개혁노선과 인기몰이식 정치스타일로 5년간 장기집권했으나 동시에 자민당의 지지기반을 크게 무너뜨렸다. 소득·도농간 격차 확대, 비정규직 양산 및 고용불안, 연간 2200억엔의 사회보장 축소 등 구조개혁의 문제점은 지난해 가을 이후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기불황 여파를 타고 자민당 지지층은 물론 ‘무당파’ 유권자의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아소 총리가 지난 18일 선거공고 첫 유세부터 “지나친 시장원리주의로 도농간 격차가 발생했다”면서 ‘사죄’를 되풀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민당은 196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두터운 사회보장정책 등을 대폭 수용하고 공공사업을 대거 발주해 지방에서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해 만년 여당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취약한 재정상태와 금권정치 비난에 휩싸인 자민당 정권은 사회당·자유당·공명당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고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약체화됐다.
종종 혁명적인 결과를 낳는 소선구제의 특징도 자민당 몰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4년 전 민주당과의 득표율에서 10%포인트 우위로 296석의 압승을 거뒀던 자민당은 이제 소선거구제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1993년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진보보수당의 의석수가 150석에서 2석으로 줄어드는 대참패를 당한 것은 소선거구제의 놀라운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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