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여성 후보로 나선 후쿠다 에리코(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나가사키현 이사하야 선거구에서 자민당의 중량급 정치인 규마 후미오 전 국방장관을 꺾고 당선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이사하야/AFP 연합
일본 54년만에 정권 교체
사민당·국민신당과 연립내각 구상 밝혀
정치귀족가문 한계 넘어 ‘낮은 자세’ 주효
사민당·국민신당과 연립내각 구상 밝혀
정치귀족가문 한계 넘어 ‘낮은 자세’ 주효
“국민 여러분께 어려운 생활을 야기한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 그것이 실현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30일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으로 총리 자리를 예약한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이날 밤 9시30분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사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날 단독으로 과반수를 획득해도 사민당과 국민신당 등 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이들 정당 인사의 입각 가능성도 내비쳤다.
가문과 돈, 학벌에다 총리라는 최고권력까지 동시에 거머쥐게 된 하토야마 대표는 세습 4세 정치인답지 않은 낮은 자세로 유명하다. 할아버지를 총리로 두고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아소 다로 총리와 자주 비교된다. 아소 총리가 선거 과정에서 “돈이 없으면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치 스타일이라면, 하토야마 대표에게서는 돈과 권력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는 자민당 창당 주역의 한명으로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이치로를 할아버지로 두고 세계 최대 자동차타이어회사인 브리지스톤 창업주인 외할버지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아 일본 정계 최대의 자산(86억엔 추산)을 갖고 있다. 자민당을 탈당해 1990년대 창당을 주도한 신당 사키가케 시절에 비해 보수화됐다고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위대의 해외 무력 사용에는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이 유엔 결의가 있으면 해외에서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는 태도인 데 비해, 그는 이번 총선 텔레비전 토론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위협 대처’를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일본내 보수파를 결집하기 위한 내셔널리즘 정치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대체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6월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 회담에서 “내셔널리즘의 포로는 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등 친한파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드물게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우애정치’를 제창해 처음에는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차츰 서민성을 강조하는 정치 이념을 일본 사회에 퍼뜨리고 있다. 하토야마의 우애정치는 가치관이 다른 사회와 공생하는 ‘우애외교’로도 진화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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