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오타 아키히로 공명당 대표을 제치고 당선된 아오키 아이 전 참의원 의원(왼쪽 두번째)이 30일 도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일본 54년만에 정권교체]
17선 도전 가이후·‘우익중 우익’ 나카가와 낙선
최대파벌 회장·여성 첫 방위상 비례대표 ‘동앗줄’
17선 도전 가이후·‘우익중 우익’ 나카가와 낙선
최대파벌 회장·여성 첫 방위상 비례대표 ‘동앗줄’
전직 총리, 아소 내각의 2인자, 여성 최초의 방위상, 자민당의 우익중의 우익.
8·30 일본 총선의 ‘바꿔 돌풍’에 휘말려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집권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의 면면이다. 전현직 각료와 당3역 경험자 가운데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표적공천해서 내보낸 20~40대 여성 등 정치신인들에게 패배한 정치인은 줄잡아 44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요사노 가오루 재무상, 노다 세이코 소비자행정담당상 등 14명은 비례대표구에서 부활당선돼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30명은 낙선이 확정돼 정치생명이 불투명하다. 아소 내각 17명 가운데 6명이 지역구에서 떨어진 뒤 비례대표로 부활당선됐다. 특히 이들 중 자민당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파벌 영수와 파벌간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파벌 정치의 쇠퇴와 세대교체라는 선거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의 회장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관방장관, 야마자키 다쿠(야마자키파 회장) 전 부총재, 이부키 분메이(이부키파) 등 파벌영수 3명이 지역구에서 패배했다. 이 가운데 자민당의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인 야마자키는 상대후보에게 큰 표차로 져 비례대표마저 낙선해 10선에 실패했다.
마치무라파의 사실상 오너로 자민당의 킹메이커로 군림했던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의원 비서출신의 여성후보에게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벌이다 가까스로 14선을 달성했다. 17선을 노리던 78살의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는 민주당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73살 이상은 비례대표에 중복출마가 금지돼있어 낙선이 확정됐다. 전직 총리의 낙선은 1963년 중의원 선거에서 가타야마 데츠 등 전직 총리 2명이 낙마한 이후 46년만의 일이다. 가이후 전 총리는 정계은퇴 의사를 표명했다. 근엄하기로 유명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지역구에서 여성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뒤 텔레비전에 나와 “정말로 걱정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도쿄 선거구의 관심구였던 오타 아키히로 공명당 대표는 보육사 출신의 민주당 여성후보인 아오키 아이 전 참의원에게 패해 낙선이 확정됐다. 일본 정계 최대의 우익으로 꼽히는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상은 지난 2월 음주 기자회견 소동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례대표에서도 떨어졌다. 2005년 북핵 실험 당시 핵무장론의 공론화를 주장해 파문을 야기했던 나카가와 전 재무상은 이번 총선에 돌입하면서 “절대 술에 입을 대지 않겠다”며 공개 금주선언을 하고 절친한 아소 총리의 응원유세까지 받았으나 헛수고로 끝났다.
총선 직전 자민당내 ‘아소 끌어내리기’ 소동을 연출한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간사장, 화려한 언변으로 유명한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 등은 비례대표에서 구사일생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일 ‘8·30 총선’ 당선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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