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와키 겐
온실가스 25% 감축 발표 등 일본 변화에 세계는 기대감
데라와키 겐/교토조형예술대 교수·전 문부성 관방심의관
8·30총선 결과에 나타난 일본국민의 민의는 한마디로 바꾸자는 것이다. 민주당이어서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일본 정치사에선 냉전구조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20년만에 해체된 셈이다.
가장 걱정스런 점은 자민당이 ‘건전한 야당’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우익정당이 된다는 점이다. 선거후반에 “민주당과 노동조합이 혁명을 하려고 한다”는 흑색선전을 하며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쳤다. 무리하게 민주당을 사회당이나 공산당처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론이 부상할 때 이런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납치피해자 가족모임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그들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식으로 민주당 공격 캠페인을 펼칠 것이 우려된다. 중국과 한국, 북한을 적으로 삼아 미국과 ‘한 몸’이 돼서 해나간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구조다.
문화청의 지원을 받고 중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 <야스쿠니> 문제가 지난해 불거졌을 때 자민당의 내셔널리즘 정치인들은 이를 문제시하긴 했으나 결국은 크게 이슈화시키진 못했다. 자신들의 정부와 정당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기대가 되는 것은 매우 유연한 외교정책을 취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 말할 것을 말하고, 아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하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점은 하토야마 총리가 지난 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5%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일본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오랜만에 ‘일본이 멋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의 평화 헌법을 제정할 때 정도 아닌가.
온실가스 25% 삭감과 고속도로 무료화는 개별적으로 보면 모순된 것으로 보이다. 그렇지만 고속도로 무료화를 통해 얻은 경제효과를 온실가스 대처에 쓰겠다는 식으로 개별 공약을 조합하면 충분히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가스미카세키(일본의 관가)의 개혁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내건 탈관료정치는 관료들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방법을 바꾸는 일로 가능하다. 관료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므로 확실히 명령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개한테 “앉아, 기다려”라고 명령하면 그대로 따른다. 결국 관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주인이 확실하게 명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 도쿄/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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