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오바마 방일때 후텐마 문제 논의 안하기로
미 “우리와 어떤 관계 쌓을지 결국 일본에 달려” 압박
미 “우리와 어떤 관계 쌓을지 결국 일본에 달려” 압박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주일 해병대 비행장) 이전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미-일 관계가 12~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시 공개적으로 미-일 동맹 관계 악화를 내비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분명한 태도를 정하지 않은 채 지연전술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중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장기전태세를 보이고 있다.
■ 미국과 오키나와 사이에 낀 하토야마 일본 정부는 13일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의제에 올려놓지 않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전했다.
하토야마 정부로서는 후텐마 기지가 자신들이 내건 대등한 대미외교의 상징적인 존재여서 미국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데다, 오키나와 현민의 들끊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2일 2006년 후텐마 기지와 관련한 미-일 합의안에 대해 “무거운 사실”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현외·국외로 협상해달라는 오키나와 현민의 마음도 염두에 두면서 협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현외 협상 카드를 고수했다.
합의안 이행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 인근 가데나 공군기지로 통합하는 안을 제시한 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 관련 각료들의 ‘제각각 발언’이 오키나와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다. 오카다 외상의 방미계획이 돌연 중지되는 등 하토야마 정부의 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카다 외상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제안해 일정까지 마련했으나 하토야마 총리의 측근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이 나서서 국회 일정을 이유로 미국행에 제동을 걸었다.
오키나와에서는 8일 후텐마 기지의 현외·국외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현민 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하토야마 정부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들고 있다.
■ 미-일 동맹관계로 압박하는 미국 이언 케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기지 현외·국외 이전 카드를 접지 않는 하토야마 정부에 대해 “우리와 어떤 관계를 쌓을지는 결국 일본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후텐마 기지가 오키나와현 안에 있는 것은 “우리들의 공통이익”이라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정부가 현외 이전을 고집할 경우 미-일 동맹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케리 대변인은 현행 이전계획에 대해 “완전한 투명성을 가지고 일본 정부와 협력해서 책정된 것”이라며 “미-일간 안전보장에 최선의 길”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 방일 때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는 로버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어떤 기한도 설정하고 있지 않다”며 퇴로를 열어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