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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전쟁 참극 온몸으로 호소한 ‘일본의 양심’

등록 2009-11-18 19:30

덴 히데오 사민당 의원
덴 히데오 사민당 의원
덴 전 참의원 별세
2001년 5월31일 일본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 34살 연하의 나카타니 겐 방위청(현 방위성) 장관을 앞에 두고 78살의 덴 히데오(사진) 사민당 의원이 자신의 전쟁체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특공대로 살아남았습니다. 인간의 고통이라는 처참함을 반드시 알길 바랍니다.”

주 3차례 인공투석을 해야 하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전쟁의 고통을 호소하는 덴 의원의 목소리에 회의실은 물을 끼얹듯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방위청 간부는 “그의 이야기가 가슴에 사무쳤다”고 말했다. 그는 1943년 옛 일본군에 소속돼 화약 250kg을 적재한 보트에 몸을 싣고 적함에 돌격작전을 감행하는 해군 ‘신요’ 특공대원이었다. 하지만 덴 의원의 호소와는 반대로 일본은 그 이후 육상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는 등 세계 전장터에 병력을 속속 파견했다.

기자로서, 정치인으로서 평생 반전평화 활동을 펼쳐온 덴 히데오 전 참의원 의원이 86살을 일기로 지난 13일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가족들은 장례식이 끝난 뒤 그의 죽음을 알렸다.

그는 <교도통신> 사회부장을 거쳐 60년대 민방 <티비에스>(TBS) 앵커 시절, 베트남 현지에 들어가 미군의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가 자민당 정권의 압력으로 사임한 뒤 71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참의원선거에서 사회당으로 출마해 전국 최다표로 당선된 그는 77년 당시 당내 주류였던 사회당 좌파 노선에 반발해 탈당했다. 일본 정치·사회의 우경화 흐름에 위기감을 느끼고 97년 당세가 급감한 사민당에 복당한 뒤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계를 은퇴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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