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살린 일본
이번엔 위스키 차례,도수 낮춘 ‘하이볼’ 소비 늘어
이번엔 위스키 차례,도수 낮춘 ‘하이볼’ 소비 늘어
일본에서 오랫동안 정체됐던 위스키 소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일본 내 위스키 출하량은 11년만에 전년도 소비량을 웃돌아 전년보다 6~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전했다.
일본에서 위스키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1989년 이후엔 줄거나 답보상태를 보였다. 위스키에 붙는 주세 인하로 반짝 소비량이 회복됐던 1997~98년을 제외하면 21년만에 소비량이 늘어난 셈이다. 1990년대 고급 와인붐, 2000년대 전반 소주 인기, 2000년대 후반 추하이(소주에 탄산음료를 넣은 칵테일)인기에 이어 새로운 술 문화를 예고하고 있다.
위스키 소비량 증가는 일본 젊은이들의 술 기피 풍조가 낳은 역설이다. 위스키 명가인 ‘산토리’는 올해 음식점용 ‘가쿠 하이볼’(위스키와 탄산수를 1대 4 비율로 섞어 알코올도수를 8%로 낮춘 술)을 집중 투입해 인기를 얻었다. ‘가쿠 하이볼’을 판매하는 술집은 전국 5만8000개로 1년만에 4배로 늘었다.
일본 인터넷사이트 가카쿠닷컴이 올해 7월 회원 66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의 경우 1주일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주 1회에 그치는 비율이 33%에 이른다.‘금전적 이유’와 ‘술 맛을 좋아하지 않다’는 20대 응답이 각각 40%를 넘었다. 경기불황의 타격을 다른 세대보다 직접적으로 받은 데다, 단맛을 즐기고 저알코올을 선호하는 20대의 상당수에 술은 점점 기피 음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스키 하이볼이 매력적이다. 생맥주 한잔 가격이 500~600엔 정도인 데 비해 하이볼은 400엔 전후다. 위스키를 마셔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이 값싸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하이볼을 새로운 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위스키 붐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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