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서쪽으로 60㎞가량 떨어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후쿠시마조선초중급학교에서 지난 1일 오후 1학년생 전원인 두 학생이 교실에 앉아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들의 목엔 방사능 피폭량을 측정하기 위한 휴대용 측정기가 목걸이처럼 걸려 있다. 외부와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창문은 사계절 닫아둬야 한다. 고리야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
"일본정부, 방사선 관리구역 출입 금지법 내팽개쳐" 원전 사고 1년이 지나면서 방사선량이 많이 낮아졌지만, 후쿠시마현 곳곳에선 아직도 사람이 살기에 부담스러운 곳이 많다. 원전 반경 20㎞ 안 피난구역과 경계에 있는 다무라시 미야코지마치엔 주민 3000명 가운데 노인들을 중심으로 500명가량이 집으로 돌아왔다. 원전 서쪽에 있어서 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를 밑도는 까닭이다. 그러나 귀가만 했지 일은 없다. 올해도 벼농사는 금지됐고, 소는 키워봐야 팔 수 없다.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문부과학성 집계를 보면, 지난 1일 두 도시의 방사선량은 각각 시간당 0.62, 0.65마이크로시버트였다. “작년 6월엔 저도 딸도 코피를 흘렸어요. 딸이 다니는 학교의 같은 반 아이들도 5~6명이 코피를 흘렸대요.” 원전 사고 뒤 한달가량 나가노현의 친정에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했다 돌아온 후쿠시마시의 나카노 미즈에(주부)는 초등학교 5년생인 딸을 6월에 나가노현의 여동생 집으로 다시 피난시켰다. 딸과 같은 반 학생 5~6명도 현재 다른 현에서 피난생활을 한다. 알아서 떠나는 피난이니 정부 지원은 없다. 나카노는 “시간당 0.6마이크로시버트가 넘는 곳은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정해, 일반인은 못 들어가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일본 정부가 그 법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분개했다. 후쿠시마시의 인구는 30만명가량이다. 내부 피폭을 줄이기 위해 서쪽 지방에서 식재료를 배달해 먹는 이들도 있지만, 후쿠시마 사람들은 상당수가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그대로 쓴다. 자신들마저 먹지 않으면 아무도 안 먹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밑돌기에 유통되는 것인데, 방사능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다카하시 세이코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반대로 피난을 가지 못하고 있다. 다카하시는 “우리 아들이 불쌍하다. 응원한다고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는 일은 그만둬 달라. 그걸 먹게 하는 것은 범죄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지난해 3월 원전사고 이후 11월까지 후쿠시마현에서는 5만3122명이 주민등록을 다른 현으로 옮겨 이사했다. 전입자를 빼면 시 인구는 3%가량인 3만1381명 감소했다. 그중 14살 이하 어린이가 1만6000명 남짓으로 절반이었다. 떠나고는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남은 이들은 10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한다. 후쿠시마·고리야마·다무라/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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