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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12m 지진해일에 ‘블랙 아웃’…사투가 시작됐다

등록 2012-03-06 19:12수정 2012-03-06 23:25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
➊ 방사능은 현재진행형
긴박했던 1년전 원전사고 재구성

3월11일 진도9.0 지진
원전 전력끊겨 비상사태
12일 1호기 수소 폭발
원자로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반도 동남동쪽 130㎞ 지점 해저에서 매그니튜드 9.0의 거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19세기 이래의 세계 지진 관측 사상 다섯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원자로 6기)에서 계측된 진도는 6이었다.

강진을 감지한 컴퓨터는 원자로 노심 안에 제어봉을 삽입해 운전중이던 1~3호기의 가동을 멈췄다. 발전소가 멈추고, 지진으로 철탑이 무너져 외부 전력이 모두 끊어지자 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가동했다. 원자로 노심 안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식힐 냉각장치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지진 발생 41분 뒤인 오후3시27분. 12m 높이의 지진해일이 해발 10m에 있던 원전을 덮쳤다. 8분 뒤 두번째 해일이 다시 밀려왔다. 모두 13대의 발전기 가운데 6호기의 1대를 제외한 12대의 디젤 발전기가 못쓰게 됐다. 원전이 ‘모든 교류전원을 상실’(Station Black out)했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2일 0시45분 일본 정부는 원전 반경 3㎞안의 주민들을 피난시켰고, 1호기의 노심용융이 진행되자 12일 오전 5시44분 원전 반경 10㎞ 안의 주민을 피난시키도록 지시했다. 이날 오후 3시46분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원자로 건물 지붕이 날아갔다.

14일 오전 11시1분, 3호기에서 훨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검은 연기와 함께 건물 잔해가 수백m 치솟았다가 부서져 내렸다. 다행히 3호기 폭발도 원자로 격납용기를 손상시키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피난지시를 원전 반경 20㎞ 범위로 확대했다.

이날 2호기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원자로 안의 압력이 설계치를 두 배나 웃돌았다. 격납용기의 파손을 막기 위해서는 배기 밸브를 열어 원자로 안의 압력을 낮춰야 했는데, 밸브는 열리지 않았다. 요시다 마사오 발전소장은 이날 밤, 전원 피난이 가능하도록 부하 직원에게 조용히 버스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차이나 신드롬’ 같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15일 오전 6시, 2호기의 압력제어실 압력이 급감했다. 요시다 소장은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됐다’고 보고 자신을 포함한 필수인력 50명만 남기고 원전에 있던 작업원 650명에게 모두 원전을 떠나도록 했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급상승했고, 도쿄의 방사선량도 한때 평상시의 20배까지 올라갔다.<아사히신문>은 이날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명의 날’이었고, ‘일본의 역사가 바뀐 날’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2호기 파손사고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전체 방사능(세슘 기준)의 90%를 유출시켰다고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훗날 밝혔다. 그러나 다행히도 2호기는 폭발을 면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3호기에선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물이 말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17일 육상자위대는 헬기로 원전 상공에서 폭발로 부서진 건물 윗부분을 통해 수조에 물을 쏟아부었다. 이어 도쿄소방청의 하이퍼구조대가 19일 새벽 바닷물을 끌어다 고압살수차로 수조에 물을 채우는 데 성공해 고비를 넘겼다. 이후 원전에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조금씩 줄었다. 그러나 원전 북서쪽 지역은 40㎞ 떨어진 지역까지 사람이 피난해야 할 만큼 이미 심하게 오염되고 말았다. 원전에서 흘러나간 오염수, 대기에서 떨어진 방사성 물질로 후쿠시마 앞바다도 심하게 오염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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