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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노믹스, 잔치는 끝났다?

등록 2016-06-28 19:01수정 2016-06-29 00:43

브렉시트로 ‘엔고’ 추세 장기화될 듯
도요타 등 수출기업 실적 악화 불가피
엔-달러 105엔일 때 영업익 40% 감소
대기업 중심 아베노믹스의 기본 무너져

28일에도 도쿄의 외환·증권시장은 급격한 변동을 보이진 않았다. 닛케이 종합지수는 전날에 이어 소폭 상승했고, 우려했던 엔-달러 환율도 101.98엔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으로 요동쳤던 일본 시장이 냉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어 “시장이 일단 안정을 되찾았지만 아직 불투명성과 위험이 남아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시장의 충격은 잦아들었지만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아베노믹스 등 일본의 실물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브렉시트와 아베노믹스를 연결하는 핵심고리는 엔-달러 환율이다. 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을 찾아 몰려든 투자자금으로 빚어진 ‘엔고’(엔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담한 양적완화로 엔저(엔화 약세)를 유도해 주요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을 이루고, 이 효과를 일본 사회 전체로 확산한다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잔치는 끝났다”(오카다 가쓰야 민진당 대표)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전을 꾀하려면 통화당국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녹록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28일 “엔저를 유도할 수 있는 외환시장 개입은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의 이해를 얻기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27일 “현재 시장은 질서있게 기능하고 있다. 일방적인 개입은 (시장을) 불안정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미국과 사전조율 없이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 단독 개입한 것은 2011년 10월이었다. 당시엔 엔-달러 환율이 75엔 선이었지만 현재는 100엔대 초반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 자국의 경기 부양만을 위해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하기엔 명분이 약하다.

이에 따라 일본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의 간판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환율이 120엔대에서 유지되면서 사상 최대인 2조8539억엔(약 32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도요타는 올해 환율이 105엔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40%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브렉시트로 환율이 더 떨어지면 실적도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노무라증권은 엔-달러 환율이 102엔 전후에서 움직일 경우 일본의 대형 자동차업체 7개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약 9200억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확산 효과다. 기업의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 투자 위축,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은 28일 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상황이 이어지면 “기업의 경영이 신중해지고, 개인소비 약화 등으로 연결된다. 대담한 경제정책 등을 포함한 대응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고민이 대기업의 높은 실적이 임금 인상 등으로 사회 전체와 공유되지 못하는 것이었다면, 이젠 그 대전제인 기업 실적 자체부터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는 아베노믹스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디스팩트 시즌3#9_남들은 알려주지 않는 브렉시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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