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46) 관련 소식을 15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사진은 방송 화면. 도쿄/연합뉴스
일본 언론들, ‘김정남 살해’ 이후 북한 상대 오보 쏟아내
“용의자 2명 사망 가능성” “체포 여성 한국 여권 소지”
사실 확인 어려운 내용을 1면에 보도하기도
북한에 대한 혐오감·과도한 보도경쟁이 배경
“용의자 2명 사망 가능성” “체포 여성 한국 여권 소지”
사실 확인 어려운 내용을 1면에 보도하기도
북한에 대한 혐오감·과도한 보도경쟁이 배경
치밀한 사실 확인을 거쳐 신중한 보도를 하는 게 일본 언론의 장점이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적국’인 북한 관련 보도다. 지난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숨진 뒤, 일본 언론들의 오보와 ‘카더라’성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김정남의 갑작스런 피살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5일 오전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살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2명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을 살해한 주체가 북한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튀어나온 이 기사로 일본은 물론 한국도 술렁였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을 더 짙게할 뿐 아니라, 마치 스파이 영화처럼 임무를 수행한 공작원마저 제거하는 북한 체제의 비정함을 드러내는 보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오후,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되면서 오보로 확인됐다. <교도통신>은 16일에도 두번째 용의자가 붙잡힌 직후인 오전 11시50분께 “체포된 여성이 한국 여권을 갖고 있다”고 보도해, 한국언론들이 교도통신을 인용해 속보를 쏟아냈으나, 불과 1시간도 채 안돼 “인도네시아 국적”이라고 정정 보도를 했다.
사실 확인이 힘든 ‘카더라’성 보도를 1면에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산케이신문>은 17일 1면에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김일성 주석 혈통을 이은 인물을 옹립해 망명 정부를 세우려는 세력과 김정남이 접촉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아사히신문>도 1면에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12년 김정남이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습격을 당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정보는 전언의 전언이거나, 전문가 발언을 통해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풍문 수준이다. 북한 기사가 아니라면, 1면에 쓸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는 한국 보수언론들이 한쪽에 배치한 추측성 기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본 언론들이 내용을 추가해 전진배치하고, 이를 한국 언론들이 다시 인용보도해 확대재생산 되는 악순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북한에 대한 일본 대중들의 혐오감과 북한 보도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과도한 경쟁 등이 이런 보도행태의 배경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7일 이번 사건을 “북한 정찰총국이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단정하며, “‘여성’과 ‘독극물’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 공작원의 수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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