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회원들이 일본 도쿄 미나토구 미쓰비시중공업 사옥 앞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러분이 월급을 못 받고 일했다면 어떨까요. 화가 나겠지요.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조선 여성 300명은 월급도 못 받았는데 일본 정부는 일-한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2일 아침 8시30분께, 출근길 직장인들로 붐비는 도쿄 미나토구 시나가와역.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 모임) 회원 히라야마 료헤이가 마이크를 잡고 미쓰비시중공업이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일본 시민들 눈높이에 맞춰 조목조목 설명했다. 나고야 소송 모임은 매주 금요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가 있는 시나가와역에서 벌이는 ‘금요행동’의 445번째 집회를 열었다. 일본인 4명과 재일동포 1명이 참여해 시나가와역에서 1시간15분, 오전 10시30분부터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현관 앞에서 1시간10분간 진행했다. 히라야마가 행인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다른 회원들은 전단지를 나눠줬다. 나고야에 사는 히라야마는 360㎞ 떨어진 도쿄로 오려고 새벽 4시30분에 일어났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데라오 데루미 공동대표가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나고야 소송 모임은 1998년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도우려고 출범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대표적 전투기인 ‘제로센’을 만든 미쓰비시중공업은 이곳에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출신 소녀들을 ‘조선여자근로정신대’라는 명목으로 동원했다. 정신대란 ‘나라(일본)에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뜻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은 13~15살 소녀들을 부렸다. 일부 피해자들이 이 모임의 지원으로 1999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8년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다. 나고야 소송 모임은 고등재판소 패소 뒤인 2007년 7월부터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금요행동’을 시작했고, 한동안 중단했다가 2012년 다시 시작했다. 현재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한국에서 3건이 진행 중이다. 원고 11명 중 3명은 세상을 떴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히라야마 료헤이가 시나가와역 앞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된 한국 여성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해결된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한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인들이 앞장서서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2일 집회에 나온 오노 요시히코는 “‘너, 조선인이지’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일본인이라니까 ‘(집회에 나오면) 돈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 판결을 한 것에 대한 일본 언론 보도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으로) 이미 끝난 얘기가 아니냐’라는 식이 대부분”이라며 씁쓸해했다. 히라야마는 “나는 애국자다. 일본이 전후 처리를 제대로 하는 게 진정 일본을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나고야 소송 모임 회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은 사죄와 배상을 하라”고 외치는 모습을 미쓰비시중공업 사옥 안에서 직원 2명이 계속 관찰했다. 현관 앞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만든 로켓 H2A 홍보 영상이 끊임없이 상영됐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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