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넣는 것을 봤습니다”라는 글이 트위터에서 퍼졌다. 트위터 갈무리
“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넣는 것을 봤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13일 오후 11시 이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황당한 유언비어가 퍼졌다. 1923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사건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런 근거 없는 비방으로 학살된 조선인만 6661명(독립신문 기록)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후쿠시마 지진을 두고도 또다시 차별적인 발언과 유언비어, 불확실한 정보가 인터넷에 난무했다”며 “재해가 있을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발언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던 외국인이 약탈했던 일을 떠올린다”며 “피해 지역은 주의해야 한다”고 적힌 트위터가 이곳저곳으로 퍼졌다. 또 다른 사람은 “특히 조선인과 중국인의 범죄가 두드러지게 잦다”고 글을 올렸다.
에스엔에스에선 또 이번 지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으킨 인공지진’이라는 거짓 뉴스도 화제가 됐다. 이 신문은 “지하 핵실험 등으로 지진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진은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런데도 황당무계한 정보가 떠돌았다”고 전했다.
우리에겐 지난 2019년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알려진 쓰다 다이스케는 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유언비어 글을 지목하며 “악질적인 차별 선동, 여러분 신고합시다”라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트위터 갈무리
재해가 있을 때마다 가짜뉴스가 퍼지고,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이를 믿는 사람도 많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됐다. 전문가들이 재해 지역인 미야기현 센다이시 시민들을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그 뉴스를 믿었다”고 답했다. 형사사건이 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동물원에서 사자가 도망쳤다’는 거짓 정보를 트위터에 올린 사람이 업무 방해로 체포되기도 했다.
유언비어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차별 발언에 대해서는 “신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거짓 정보를 올린 사람이 스스로 내용을 삭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겐 지난 2019년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알려진 쓰다 다이스케는 문제의 글들을 지목하며 “악질적인 차별 선동, 여러분 신고합시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팔로워가 150만명에 달한다. 쓰다 감독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쓰다 감독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과거보다) 차별을 선동하는 내용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