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9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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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야구에서 타자가 타격을 한 뒤 또는 타격을 하지 않았더라도 투수가 공을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구하지 않아도 바꾸는 경우도 있고요. 반면 멀리 날거나 굴렀다가 돌아온 공을 계속 사용하기도 하는데, 공의 교체 기준은 무엇인가요? 한 경기에 몇 개의 공이 사용되나요? (hjkimstat@daum.net)
A. 2011년 1월25일 새벽 1시. 고교생 4명이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비 창고 지붕을 뜯고 들어갑니다. 이들은 KIA 타이거즈가 연습할 때 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인구를 훔쳐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팔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3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공인구 2천 개, 시가 1600만원어치를 훔쳤다는군요. 개당 8천원이지만 헌 공이라며 2천원에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중고 사이트에는 ‘프로야구 공인구 삽니다,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새 공은 없습니다. 공인구는 비매품이거든요. 사고파는 공들은 야구장에서 파울, 홈런 또는 경기 전후 선수들이 팬서비스로 던져준 공인 셈이지요.
한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대략 100~120개쯤 됩니다. 홈팀이 새 공으로 마련합니다. 비 오는 날은 더 들고요, 타격전이 벌어지면 200개 가까이 쓰기도 한다네요. 경기가 끝난 뒤 수거되는 공은 연습용(배팅볼)으로 사용합니다. 고교생들이 훔친 공이 바로 이것이죠. 너무 낡으면 초·중·고·대학·사회인 야구팀에 기증하기도 한답니다.
공이 비싼데 새 공만 쓰는 이유는 뭘까요. KBO의 <공식 야구규칙 2012>를 보면, “선수는 흙, 송진, 파라핀, 감초, 사포 등 이물질로 공을 변색시키거나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공을 훼손하는 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정행위라는 거죠. 투수가 공에 침을 발라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스핏볼’ 따위를 던지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원바운드가 되면 포수는 심판한테서 새 공을 받아 투수에게 던져줍니다. 투수가 일부러 땅에 공을 처박을 리는 없습니다. 부정행위는 아니지만 공이 훼손됐기 때문에 바꿉니다. 실밥이 흐트러지거나 진흙이 묻으면 투수가 공을 원하는 대로 잡아 던지기 어렵고, 제대로 때리기도 어렵고, ‘흰 공’이 아니면 야수들이 공인지 아닌지 헷갈릴 테니까요.
그런데 타자가 친 공이 유격수 땅볼이 됐는데, 투수는 1루수를 거쳐 건너온 이 공을 다시 던집니다. 공이 데굴데굴 구르며 흙이 잘 묻지 않기도 하지만, 매번 공을 바꾼다면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별문제 없는 공인데도 공 상태에 예민한 투수들이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네요. 한 이닝에 투수 1명당 처음 주심이 던져준 새 공을 제외하고, 공 교환을 두 번으로 제한하고 있답니다. 비 올 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요.
저는 ‘쌍둥이 또 곰사냥’이라는 제목에 격분하고, “이승엽이 당겨친 공이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는 기사의 오류와 ‘무관심 도루’를 이해하며, 야구공의 실밥이 백팔번뇌를 연상시키는 108개라는 데 감탄하는 야구팬이지만, 이번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야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저 다음주 야구장 갑니다. 홈런공 잡을 수 있기를! 물론 베어스가 치는 걸로~.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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