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의 그림자’를 뛰어넘는 ‘정치인 문재인’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가 7월24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합동토론회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겨레21 922호
[특집] 10%대 지지율로 안철수에 맥 못추는 ‘위기의 남자’ 문재인
…정치인 문재인의 비전이나 미래 구상 못 보여주는 점 원인
‘위기의 남자’다. ‘민주통합당 1등 주자’라는 타이틀은 안철수라는 이름 앞에 맥을 못 춘다. 당내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는 1대 7로 포위당했다. 문재인 민주당 경선 후보, 갈 길이 바쁜데, 갈수록 험해진다. 20%를 넘어보지 못한 지지율은 두 자릿 수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노무현을 극복 못해 문재인 후보의 최대 약점은 ‘노란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안철수를 넘어 박근혜를 꺾어야 하는데, 아직 노무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7월23일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건 정말 뼈아픈 일이지만, 선거에 졌다고 실패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총체적으로는 성공한 정부였다”고 말했다. 예비경선 첫 방송토론에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가 방송된 날이었다. 집중포화를 맞았다. 손학규 후보는 “총체적 성공이라는 그런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 민생 실패는 부분적 실패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실패였다”고 쏘아붙였다. 손 후보의 공격 수위는 “민생 실패, 대선 패배, 총선 패배까지 민주세력의 3패를 불러온 3패 세력” “돌아온 참여정부” 등으로 높아졌다. 예비경선 내내 7명의 다른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 비정규직 심화, 부동산 가격 폭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참여정부 정책뿐 아니라, 민주당 분당과 대연정 같은 정치 사안까지 일일이 도마에 올렸다. 문 후보는 “반성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실패한 역사라고 말한 게 박근혜고 새누리당인데, 그와 똑같은 인식을 말하는 건 민주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적극 반박했다. 문 후보 쪽은 ‘총체적으로 성공한’이라는 표현은 ‘실수’였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아지지 않았다. 문 후보 쪽은 약점이라고 공격당하는 ‘참여정부 비서실장’이란 경험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참여정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직접 경험을 해본 문 후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해 더 잘할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문 후보의 위기는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5월23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며)라는 자신의 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정치인 문재인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미래 구상이 어떤 것인지 대중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플러스알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안 원장 단일화 상대로 받아들여야” ‘플러스알파’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당내 경선이 친노-비노 프레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된 탓도 있지만, 문 후보 캠프의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 출마 선언 당시 선보인 ‘우리나라 대통령’ 슬로건은 사실상 폐기됐고, 마초 논란까지 일으킨 ‘대한민국 남자’ PI(대통령 이미지)도 실패작으로 끝났다. 문 후보는 7월23일 토론회에서 손 후보에게 “제가 당 대선후보가 되면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을 빌려 써도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를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소통과 통합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고민과 준비가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경선 캠프도 아직 ‘구성 중’이다. 친노와 비노를 아우를 간판급 인물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계속 늦춰졌다. 문 후보 쪽은 “계속 많은 분을 만나고 있고 그런 만남 자체가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사이 “친노는 폐쇄적”이라거나 “정치적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기존 평가 역시 강화된다. 문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참모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정책 등을 속도의 측면에서 보면, 문 후보는 아직 반(半)정치인인 것 같다. 치고 나가기보다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통신비 반값 인하’ 등 제목만 있는 정책은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지 현실 가능성을 확인한 뒤 얘기하겠다는 거다. 이런 게 국정 경험이다. 지금 기대하는 것보다 느릴 수는 있어도 정확하고 현실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다.” 문 후보는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 사이에 끼어 있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안 원장을 넘는 지지율을 얻는 게 가장 좋은 일이고, 그게 어렵다면 안 원장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경선에서 오히려 흠집이 나고 있고,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탄 국회’ 논란 등 민주당은 당 소속 후보들의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 문 후보 쪽은 현재 상황에서 안 원장과의 연대를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 없이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그의 한 핵심 참모는 “중도층이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 달리 말하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가 확장성을 가지려면 그 불만과 열망을 흡수해야 하는데, 당내 경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단일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양쪽 지지층을 한데 모을 수 있고, 그때 (문 후보와 안 원장 두 사람 가운데) 누가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감을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제는 안 원장을 견제할 때가 아니고, 단일화 경쟁상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민주당이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집토끼 안고 가야 단일화 경쟁 도움” 그러나 문 후보가 일찌감치 내놓은 ‘공동정부론’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주자들과 이해찬 대표가 자꾸 안철수 원장을 언급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친노-비노, 호남-비호남 프레임을 깨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토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아우르는 일이 중요하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이들을 최대한 안고 가야 안 원장과의 경쟁도 해볼 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정치인 문재인의 비전이나 미래 구상 못 보여주는 점 원인
‘위기의 남자’다. ‘민주통합당 1등 주자’라는 타이틀은 안철수라는 이름 앞에 맥을 못 춘다. 당내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는 1대 7로 포위당했다. 문재인 민주당 경선 후보, 갈 길이 바쁜데, 갈수록 험해진다. 20%를 넘어보지 못한 지지율은 두 자릿 수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노무현을 극복 못해 문재인 후보의 최대 약점은 ‘노란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안철수를 넘어 박근혜를 꺾어야 하는데, 아직 노무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7월23일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건 정말 뼈아픈 일이지만, 선거에 졌다고 실패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총체적으로는 성공한 정부였다”고 말했다. 예비경선 첫 방송토론에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가 방송된 날이었다. 집중포화를 맞았다. 손학규 후보는 “총체적 성공이라는 그런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 민생 실패는 부분적 실패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실패였다”고 쏘아붙였다. 손 후보의 공격 수위는 “민생 실패, 대선 패배, 총선 패배까지 민주세력의 3패를 불러온 3패 세력” “돌아온 참여정부” 등으로 높아졌다. 예비경선 내내 7명의 다른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 비정규직 심화, 부동산 가격 폭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참여정부 정책뿐 아니라, 민주당 분당과 대연정 같은 정치 사안까지 일일이 도마에 올렸다. 문 후보는 “반성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실패한 역사라고 말한 게 박근혜고 새누리당인데, 그와 똑같은 인식을 말하는 건 민주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적극 반박했다. 문 후보 쪽은 ‘총체적으로 성공한’이라는 표현은 ‘실수’였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아지지 않았다. 문 후보 쪽은 약점이라고 공격당하는 ‘참여정부 비서실장’이란 경험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참여정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직접 경험을 해본 문 후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해 더 잘할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문 후보의 위기는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5월23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며)라는 자신의 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정치인 문재인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미래 구상이 어떤 것인지 대중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플러스알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안 원장 단일화 상대로 받아들여야” ‘플러스알파’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당내 경선이 친노-비노 프레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된 탓도 있지만, 문 후보 캠프의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 출마 선언 당시 선보인 ‘우리나라 대통령’ 슬로건은 사실상 폐기됐고, 마초 논란까지 일으킨 ‘대한민국 남자’ PI(대통령 이미지)도 실패작으로 끝났다. 문 후보는 7월23일 토론회에서 손 후보에게 “제가 당 대선후보가 되면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을 빌려 써도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를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소통과 통합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고민과 준비가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경선 캠프도 아직 ‘구성 중’이다. 친노와 비노를 아우를 간판급 인물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계속 늦춰졌다. 문 후보 쪽은 “계속 많은 분을 만나고 있고 그런 만남 자체가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사이 “친노는 폐쇄적”이라거나 “정치적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기존 평가 역시 강화된다. 문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참모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정책 등을 속도의 측면에서 보면, 문 후보는 아직 반(半)정치인인 것 같다. 치고 나가기보다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통신비 반값 인하’ 등 제목만 있는 정책은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지 현실 가능성을 확인한 뒤 얘기하겠다는 거다. 이런 게 국정 경험이다. 지금 기대하는 것보다 느릴 수는 있어도 정확하고 현실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다.” 문 후보는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 사이에 끼어 있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안 원장을 넘는 지지율을 얻는 게 가장 좋은 일이고, 그게 어렵다면 안 원장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경선에서 오히려 흠집이 나고 있고,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탄 국회’ 논란 등 민주당은 당 소속 후보들의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 문 후보 쪽은 현재 상황에서 안 원장과의 연대를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 없이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그의 한 핵심 참모는 “중도층이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 달리 말하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가 확장성을 가지려면 그 불만과 열망을 흡수해야 하는데, 당내 경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단일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양쪽 지지층을 한데 모을 수 있고, 그때 (문 후보와 안 원장 두 사람 가운데) 누가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감을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제는 안 원장을 견제할 때가 아니고, 단일화 경쟁상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민주당이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집토끼 안고 가야 단일화 경쟁 도움” 그러나 문 후보가 일찌감치 내놓은 ‘공동정부론’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주자들과 이해찬 대표가 자꾸 안철수 원장을 언급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친노-비노, 호남-비호남 프레임을 깨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토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아우르는 일이 중요하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이들을 최대한 안고 가야 안 원장과의 경쟁도 해볼 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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