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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정치화

등록 2010-11-25 17:50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도발입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한 것이니까요. 북쪽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하고 재발방지책과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안보의 정치화’입니다. 안보 사안에서 정치적 손익계산을 따져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사태가 왜곡돼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그런 모습이 나타났지요. 정부는 천안함 진상조사 발표를 지방선거 직전으로 잡아놓고 급하게 밀어붙였고, 그러다 보니 발표 내용을 두고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요.

 이번 사태에서도 벌써부터 안보의 정치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포격 보고를 받은 직후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최고 안보책임자로서 적절한 태도입니다. 그런데 몇시간 지나지 않아 청와대 쪽은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대통령은 저녁에 합참을 방문해 “다시는 도발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적극적인 대북 대응을 위해 교전규칙 수정 검토를 지시합니다. 최초의 균형잡힌 태도에서 보수층 여론을 의식한 쪽으로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등이 참가한 연합훈련을 벌이기로 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정치적 성격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무력시위가 부족해서 북한이 도발한 것이 아닌데도, 이번 일을 빌미로 항공모함을 서해에 투입해 대중국 압박을 가하려는 거죠. 이런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천암함 사건 이후 잇따른 한-미 연합훈련으로 미-중 갈등이 더 깊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책임을 묻는 데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그럴수록 중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안보의 정치화는 정치권에서 더 심합니다.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이 이번 일을 이전 정권의 햇볕정책과 결부시키는 것은 너무 상투적이고 무책임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게 과연 이전 정부 책임일까요? 이미 집권한 지 2년9개월이나 지났는데 말이죠. 이번과 같은 일은 이전 정권 때라면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공습 등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도 불사해야 한다면서 이런 강경론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을 친북파로 매도하는 색깔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입니다.

 안보 정치화의 배경에는 국민을 우습게 태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미 6·2지방선거에서 안보의 정치화를 경고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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