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단연 미국입니다.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죠. 우리나라는 양쪽 모두 최대 피해자입니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입니다. 재협상 타결과 관련해,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국이 한-미 동맹을 고려해 갑자기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네요. 이 신문은 한국의 태도 급변이 ‘놀라운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띄워놓고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긴 했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로선 의외의 수확일 겁니다. 재협상 내용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제 경제적 손익은 얘기도 못하고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 움직임입니다. 특히 세 나라의 군사협력은 미국과 일본 우파가 수십년 전부터 추구해왔으나 잘 안 됐던 건데. 이제는 공공연하게 거론되네요. 서울을 찾은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 위협에 대비하려고 한·미 두 나라가 실시하는 군사훈련에 일본의 참가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물론 당장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평화헌법 문제도 있고 해서 일본 민주당 정권으로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한-미-일 군사동맹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부산 주변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 일본 호위함 등이 참가하고, 한반도 주변에서 열리는 한·미 및 미·일 훈련에 일본과 우리나라가 군사참관단을 보낸 것은 과거에 없었던 일입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죠.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다 보면 합동군사훈련까지 갈 수 있습니다.
미국 동북아 정책의 핵심은 대중국 정책에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을 적극적인 하위동맹자로 끌어들여 중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면 최선이죠. 지금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집권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재편하려던 일본 민주당 정권은 천안함 사건 이후 사실상 그런 시도를 포기했고, 한국은 한-미 동맹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으니까요. 미국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중국 압박을 더 강화할 겁니다. 한국·일본과의 합동 군사훈련은 물론이고, 오는 14~17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고위팀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앞서 조지워싱턴호가 중국의 턱 앞인 서해에 진입한 것만 해도 큰 사건이죠. 지금 양상을 보면 냉전 시절 이상의 한-미-일 ‘수직 3각동맹 체제’가 만들어져 중국과 대립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구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점은 무엇일까요? 남북 관계 악화의 피해는 입을 대로 입고, 한반도의 갈등을 동북아라는 더 큰 틀로 확산시켰을 뿐입니다. 우리가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도 당연히 떨어졌고요. 정말 큰 시야가 필요한 때입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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