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날치기 후유증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민주당 정책위가 날치기 예산 분석자료를 냈네요. 날치기 와중에 지난해와 비교해 이른바 ‘서민예산’이 2조880억원이나 날아갔다는데, 민주당 시각에서 만든 자료이긴 하지만 참고할 만은 하군요.
이 내용을 살펴보면, 차상위계층 장학금 518억원등 청년·대학생 관련 8개 사업 예산 3940억원, 장애수당 1003억원 등 장애인 관련 8개 사업 예산 1270억원, 농·어민 관련 31개 사업 예산 8580억원,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32억원 등 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 관련 30개 사업 210억원을 삭감하는 등 120개 사업의 서민예산 2조880억원이 날치기 과정에서 깎였다는군요.
반면에 이상득 의원이 확보한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고 분류되는 게 16개 사업 10조원 규모나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엊그제 ‘형님’의 인접 지역구 이병석 의원이 “포항 관련 새해 예산 대부분은 인근 지역 국회의원 11명에게 해당하는 예산이고, 과거 정권 때 시작돼 집행되던 계속사업”이라고 주장했는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잖은 모양입니다. 포항공대에 들어가기로 한 제4세대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올해 200억원이 처음 잡혔고, 2014년까지 40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랍니다. 또 포항~삼척 철도도 올해 처음 700억원이 잡혔다는군요.
오늘 아침 한겨레 만평을 보셨는지요. 여기에 ‘형님 예산’과 ‘마누라 예산’이 등장합니다. ‘마누라 예산’이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뉴욕에 한국 식당을 차리라고 50억원을 배정한 것을 말합니다. 이 역시 이번 날치기 와중에 처리됐군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날치기 파동의 원인이 됐던 게 4대강 예산인데, 정부가 날치기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오늘 밝혔네요.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보 건설과 준설은 내년 상반기까지 끝내고 4대강 본류 준설과 이른바 ‘생태하천’ 조성 등은 내년 말까지, 4대강 지류 정비와 댐·농업용 저수지 높이기 사업은 2012년까지 마칠 예정이라는군요.
주목할 게 바로 이번에 날치기 통과된 친수구역특별법입니다. 이 법은 4대강 경계 2㎞ 이내를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주거·관광·상업시설 등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수자원공사를 ‘우선 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못박아서 수공에 특혜를 주고 있어요. 왜냐하면, 수공이 4대강 사업비 22조원 가운데 8조원을 부담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수공에 8조원을 부담시킨 대신 4대강 주변지역을 맘대로 개발하도록 특혜를 준 겁니다. 수공의 돈벌이를 보장해주려는 법이니, 막개발 우려가 커지는 게 당연하죠. 내년 연말까지 친수구역 지정 후보지 선정도 끝내겠다고 했는데 또 한차례 이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되는군요.
김이택 편집국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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