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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낯 두꺼운 사람들

등록 2010-12-28 16:15

오늘 오후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네요.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2)씨를 처벌한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 대해 헌재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워낙 유명했던 사건이죠. 검찰이 박씨를 구속기소할 때부터 검찰이 법 취지를 억지로 해석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결국 법원에서도 무죄가 나왔는데, 이번에 헌재가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한 것이죠.

위헌 결정이 난 조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대목입니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본 이유는 △공익’이라는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고 △‘허위’란 개념도 추상적이며 △명백한 허위사실을 표현하더라도 1차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도록 용인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입니다. 표현과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해 1차적으로 재단돼서는 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의견의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헌재 결정은 법률적인 판단을 한 것이지만, 애초 이 사건은 매우 정치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전기통신법은 전화·전보밖에 없던 1961년 제정됐고 1983년 전두환 정권 때 전기통신기본법으로 바뀌었으나 해당 조항은 그대로 남았죠. 이 조항에서 ‘허위의 통신’의 취지는 통신의 ‘내용’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가장해 통신을 하는 ‘명의의 허위’를 뜻하는 것이었죠. 이 때문에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거의 없었고요.

이 조항을 25년 만에 부활시킨 것은 잘 아시는 대로 촛불집회 때려잡기에 나선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었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대검찰청이 인터넷에 퍼진 이른바 ‘광우병 괴담’을 처벌하겠다며 법리 검토에 들어갔고, 딱 떨어지는 마땅한 조항이 없자 찾아낸 것이 이 조항이었습니다. 이후 이 조문을 이용해 대대적인 인터넷 단속에 들어갔고 휴대전화로 ‘휴교 시위’ 문자를 보낸 학생들까지 기소했죠.

검찰은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인터넷에서 명성을 얻고 있던 필명 ‘미네르바’ 박대성씨에게도 칼날을 겨눴고 법원마저 박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물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하자 박씨가 지난해 5월 문제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입니다.

이번 결정은 검찰의 기소가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무리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죠.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목록에 한 건이 더 추가된 것이기도 하구요.

어제 올 한해를 보내는 <한겨레> 송년 기획으로 ‘2010 부끄러운 자화상’ 시리즈의 첫번째로 검찰이 꼽혔더군요. 기사를 본 검찰관계자가 다음 대상이 누군지 궁금해했다는군요. 물론 두번째는 오늘 아침에 나온 대로 ‘언론’(물론 정권을 감싸고도는 ‘친여 방송과 신문’들이죠)이 꼽혔죠. 순서는 그렇게 정해졌지만 낯두껍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낯두꺼운 분이 또 있더군요. 바로 종편 및 보도채널 심사위원장으로 남한강 연수원에서 열심히 심사를 하고 있는 이병기 전 방통위원(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입니다. 애초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원이 됐지만 전혀 견제 역할을 못해 중도하차한 분이 종편 심사위원장을 맡고 나설 때부터 구설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참여했더군요.

애초 방통위원이 될 때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의 추천이 있었다는데 이번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곁으로 줄을 섰다니 참 오지랖도 넓은 분이군요. 아마도 종편 심사가 끝나도 그 객관성에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결심한 분이 종편 선정인들 중립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이택 편집국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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