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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대북 대화에 그렇게 자신이 없나

등록 2011-01-06 16:39

새해 들어 북한 관련 사안을 풀기 위한 관련국 사이 접촉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안팎 동안 대북 제재와 압박이 중심이었다면 이제 대화와 협상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는 거죠. 지금 이뤄지는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사이의 다양한 접촉은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집약될 것으로 보입니다. 얘기가 잘 풀려 전향적인 대화·협상 틀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쪽이 ‘정부와 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 회담 개최 등을 제의했습니다. 제안 내용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남쪽 당국을 포함해 정당·단체들과의 폭넓은 대화와 협상을 갖자. 특히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열자. 둘째, 함께 손잡고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 셋째,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자. 넷째, 서로 비방·중상을 중지하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자.

상투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쪽은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신년사에 해당함)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지요. 북쪽 나름대로 꾸준한 대화의지를 보이는 셈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쪽 제안에 시큰둥합니다. 진정성과 책임성이 없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적어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책임 있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두 사건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매듭짓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재발방지책도 그래야 성립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잘못을 추궁하더라도 만나서 얘기하는 것과 멀리서 비난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칼자루는 우리 쪽이 쥐고 있습니다. 만나서 원하는 답을 얻어내면 되는 거죠. 남북 관계는 항상 서로 불신하고 대화를 기피할 때 악화됐습니다. 지난해 상황이 바로 그랬지요.

북쪽은 재작년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직후에도 남북 대화를 추구했습니다. 그때도 정부는 북쪽의 진정성을 얘기했는데, 결국은 북쪽이 굽히고 들어오라는 뜻이었죠.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북쪽이 강하게 나오면 ‘이런 상대와 어떻게 대화하느냐’고 하고, 북쪽이 대화를 말하면 ‘의도가 의심스러우니 북쪽이 더 약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그러는 사이 핵 문제는 더 나빠지고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까지 터졌죠.

우리 정부 모습을 보면 대북 대화를 겁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말려들지 않을까’ ‘국내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닐까’ 등의 이유가 깔려 있겠지요. 사실 지금 여권 고위 당국자 가운데는 대북 대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이제 정부 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인적 쇄신도 필요합니다. 북쪽 국내총생산 규모는 광주시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국력에서 도저히 비교가 안 되는데, 왜 대화를 피합니까. 지금처럼 한반도 관련 사안을 놓고 미국·중국 등의 발언권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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