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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

등록 2011-01-20 17:0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마침내 끝났네요. 절정기를 지나고 있는 패권국과 떠오르는 초강국의 만남입니다. 말 그대로 ‘세기적’ 회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이삼십년 동안은 두 나라의 시대가 계속된다고 봐야겠죠.

회담 결과는 ‘무난한 타협’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고성장 기조 지속에 필요한 ‘안정적인 대미 관계’을 얻었고, 미국은 수출 증대 등 경제적 실익과 패권국으로서 위신을 건졌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조가 지속될 거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물론 중국의 성장 기조가 갑자기 꺾여 내부 갈등이 심해지거나 미국에서 강경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는 등의 사태가 생기면 달라지겠지요. 그렇다고 갈등 요소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환율, 인권, 무역수지, 대만, 동아시아 내 영향력, 한반도 등의 문제에서 양쪽 입장 차이는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협력 기조를 유지해나가자는 게 이번 회담의 핵심 메시지인 셈이지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거의 중간지점에서 절충했습니다. 북한 문제는 41개 항으로 된 공동성명의 한 항목(18항)을 차지합니다. 모두 8개 문장인데, 읽어보면 두 나라가 표현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최근 사건으로 높아진 긴장’을 우려하면서도 연평도나 천안함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습니다.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표현도 남북 모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진정성’은 북쪽에, ‘건설적’은 남쪽에 더 해당하는 듯합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습니다. 우려를 나타낸 것은 미국 뜻이지만 실체와 관련해서는 중국 쪽 주장을 반영해 여지를 둔 거죠. 그러면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함께 촉구했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두 나라가 갈등 국면에서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려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은 이전부터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요구해왔지만, 임기 절반을 넘긴 오바마 정부도 이제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개입’으로 넘어가려는 거죠. 대외정책에서 미국은 입장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바꾸면 결과가 분명해질 때까지 오래 갑니다. 지금이 큰 전환기에 있는 셈이지요.

물론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을 겁니다. 가장 큰 변수는 우리 정부 태도입니다. 정부는 북한 체제의 붕괴까지 염두에 둔 대북 압박정책을 여전히 선호합니다. 과거 같았으면 미국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인데, 오바마 정부가 한-미 관계를 중시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임기로 볼 때 한-미 사이 입장 조율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가 마지노선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이 6자회담 재개와 핵 문제 해결로 이어지도록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남북관계도 북한의 굴복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하고요. 이번 기회도 놓쳐버리면 이명박 정권 재임 기간에는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관계 강화는 한반도·동북아 문제와 관련해 강대국 정치의 부활이라는 성격을 갖습니다. 우리의 운명이 다른 나라의 결정에 휘둘린 과거의 경험의 되풀이될 수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주도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려면 근본주의에 매물되지 않는 현실적 사고와 균형외교가 필수입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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