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문제가 여전히 간단치 않습니다. 오늘 아침 일부 신문에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 안인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에 구제역 가축이 매몰됐다고 보도돼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경기도는 오전에 이 보도를 확인하면서 팔당상수원 보호구역 77곳에 가축을 매몰했다고 밝혔죠. 그러다 뒤늦게 오후에 다시 이를 정정하면서 상수원보호구역 ‘안’이 아니라 보호구역에서 15킬로 이내 지역에 있는 매몰지가 77곳이라고 번복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식수원 오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태여서 자칫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걱정되는군요.
그런데 애초 구제역 발생 초기 대응에서부터 혼선을 보여 무능하다는 성토를 받아온 정부가 이번에 ‘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라는 걸 만들었다네요.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확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민간위원을 포함한 15명으로 구성했다는군요. 가축 방역대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랍니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농식품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운영해오던 ‘축산선진화 TF’를 발전시킨 것으로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단장을 맡기로 했답니다. 의지를 보이는 건 좋은데 민간위원 중에 특정 언론사 관계자만 2명이나 참가시켜서 방역대책이 아니라 언론대책에 중점을 두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군요. 박아무개 식품 전문기자와 심아무개 논설위원 등 모두 중앙일보 기자들이 2명 들어갔답니다. 회의도 비공개로 하려고 했다가 다른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공개로 전환하는 등 출발이 순조롭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구제역은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국민적인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데 정부의 대응은 영 미덥지 못하군요.
다른 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장방문에다 사진찍기 바쁘더니 구제역 문제에 대해서만은 이명박 대통령도 발생 한 달이나 지난 뒤에 뒤늦게 국무회의를 열고 한차례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매몰지 붕괴사고와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가 각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블로그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과 땅과 산을 망친 정권”이라고 했다는데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군요. 4대강 공사로 강을 망치고 구제역 매몰도 제대로 못해 땅까지 망쳤으니 말이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니 산도 망가질 것이고요.
그리고 오랜만에 4대강 사업 관련 법정 공방에서 주목할 판결이 나와 알려드립니다. 친환경농업을 해온 두물머리 농민들이 경기도 양평군을 상대로 낸 하천점용 허가 취소처분소송에서 승소했답니다. 자세한 판결문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정부가 2009년 4대강 사업을 한다며 점용허가 기간이 2012년까지 3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하루아침에 점용허가를 취소하자 양평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이긴 것이라고 합니다.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이준상 부장)가 판결했는데 지난해 12월24일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두물머리를 찾아 현장검증을 해 재판결과에 관심을 끌어왔다는군요.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4대강 공사가 강행되는 와중에 그나마 한 가닥 위안이 되는 판결이군요.
김이택 편집국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김이택 편집국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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