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년입니다. 언론사별로 이런저런 특집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몇 가지 특징들이 있더군요. 지난주 토요일치에 일찌감치 3주년 기사를 쓴 조선일보는 1개 면으로 간단히 정리하면서 소설가 복거일씨의 기고를 붙였죠. “부패·추문 없이 쌓은 도덕성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더군요. “지난 정권들은 부패에 시달렸다. ‘게이트’라 불린 추문들이 잇달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금까진 그런 추문에서 자유로웠고 이 바탕 위에서 큰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됐다”고 했죠.
동아일보는 월요일치에 1면에서 시작해 2~5면까지 4개 면을 펼쳤는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눈에 띄더군요. 중앙 국민 한국경제 등 다른 언론들의 조사에서는 모두 “잘못했다”가 많았지만 유일하게 ‘잘했다’ 47% ‘잘못했다’ 45%로 나왔더군요.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 보도했겠지만 묘한 느낌을 주는 기사였습니다.
<한겨레>는 어제치에 ‘민생무능’이란 주제 아래 구제역 대처 실패, 물가대란 방치, 부동산 정책 헛발질 등으로 민생문제에 소홀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데 이어 오늘은 인사문제를 다뤘습니다. ‘최악의 인사’라고 평가했죠. 읽으신 분도 많겠지만,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의 14개 핵심보직만 뽑아서 통계를 내봤더니 이명박 정부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3년간 통틀어 14개 보직을 거쳐간 39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9명이 영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그 자리에 있는 14명을 따져보니 영남 출신이 6명 고려대 출신이 5명이더군요. 2명은 영남+고려대 출신이었고요.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 출신이나 측근으로 있다가 공공기관의 사장 감사 등 자리를 꿰찬 낙하산 인사는 모두 280명 정도 되더군요. 장차관이나 청와대 참모 중에 고려대 출신이 18%나 되는 것도 눈에 띄더군요.
이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엊그제 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를 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죠? 레임덕이 없다는 말도 이미 그 전부터 해왔고요. 그러나 3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그가 서서히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안 힘들어도 국민은 힘들고, 대통령은 평지를 뛴다고 했지만 우리 국민은 험난한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죠. 공감가는 말인데, 아마도 청와대 사람들의 생각은 민심과는 따로 노는가 봅니다.
오늘치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민의 79.4%가 이 대통령 잔여임기 2년 동안 해야할 일로 ‘물가 등 경제관리’라고 답했다는군요. ‘개헌 등 정치개혁’을 꼽은 사람은 5.0%였고요. 민심이 이 정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살폈으면 합니다.
김이택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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