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2년 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한 것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에 실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셈입니다. 교육·복지 확충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신학기 시작에 맞춰 김문수 경기도 지사까지 어제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밥과 반찬을 나눠주는 급식봉사를 한 것은 친환경 무상급식이 대세가 됐음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김 지사는 ‘친환경 학교급식’을 강조합니다. ‘무상급식은 교육청과 시·군에서 지원하는 것이고 경기도는 학교급식비에다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 친환경 학교급식을 한다’는 거죠. 옹색한 논리이긴 하지만 무상급식을 추진해온 교육청·도의회와 타협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할 만도 합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전히 무상급식을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주민투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주체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로 돼 있지만 오 시장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친환경 무상급식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말대로 “민주주의의 성과이자 축제”이며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의무교육과 교육정의를 한 단계 진전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식재료가 어떻게 공급되는지를 학부모와 학생들이 잘 알게 되면 우리 농업의 질적 전환과 유통과정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당장은 식료품 값이 많이 올라 질 관리가 다소 걱정되지만, 관련 주체들이 함께 고민해보면 비용 증가 없이 품질을 유지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직거래, 공동구매, 인력지원 등 여러 방법으로 급식단가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요. 앞으로 이른 시일 안에 전국 모든 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이뤄질 것을 기대해봅니다.
여론면에 실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의 기고(‘이명박 정부 3년, 민생이 문제로다!’)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겪는 생활고를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느끼듯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비·양육비입니다.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무려 2억6천만원이라죠(휴학비용·연수비 제외). 갈수록 치솟는 등록금과 하숙비로 고통받는 대학생들에 관한 기사가 최근 잇따르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유치원비가 한 달 200만원 수준으로 대학 등록금의 네다섯 배나 된다고 하죠.
‘친환경 무상급식 시대’의 시작은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교육복지를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 부담을 덜고 2세 교육을 제대로 해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부 움직임을 보면 관심이 딴 데 있는 듯합니다. 오늘 나온 이른바 진보 시·도 교육감 6명의 교육자치 성명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는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펴기보다 이들을 견제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부는 평준화, 교원평가제, 학생인권조례, 일제고사, 교장공모제 등에서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해 손발을 묶어버렸죠.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교과부에 제출한 건의사항도 18건 가운데 단 4건만이 받아들여졌을 뿐입니다. 교과부가 교육보다는 진보교육감의 정책들이 내년 총선·대선에 미칠 영향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교과부가 이제라도 ‘친환경 무상급식 시대의 교육’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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