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온통 지진 뉴스가 지면을 덮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진 말고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치 <한겨레> 13면 기사를 보셨는지요? 지진 기사 탓에 뒤로 배치되긴 했지만 나름 중요한 기사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장자연씨의 ‘연예인 성접대’ 의혹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장씨가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를 만났다”는 참고인 진술이 나왔는데도 수사기관이 이런 진술을 무시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9년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사가 직접 전하는 바에 따르면 “장씨가 생전에 작성한 문건에서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밝힌 사람은 ㅂ씨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2007년 10월 서울 강남의 한 중국집에서 있었던 모임에 장씨와 ㅂ씨 이외에 장씨 소속사 사장이던 김성훈씨,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 기업인 등 8명 정도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마련한 것도, 비용을 지불한 것도 바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경찰에서도 이런 진술을 했는데도 경찰이 ㅂ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8명가량이 그 자리에서 함께 만났다는 진술은 확보했으나 여기에 ㅂ씨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는군요. 경찰이 당시 각계 인사 60여명을 찾아 조사하고 27곳을 압수수색하고 14만여건의 통화기록 조사를 하고, CCTV 10개 화면을 분석하는 등 모든 조사를 다했다고 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ㅂ씨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셈입니다.
경찰은 왜 ㅂ씨를 비켜갔을까요?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일까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이 나오기도 전에, 장씨 편지가 조작된 것 같다는 내용을 공개하는 경찰의 태도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건가요?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늘치 한겨레 기사는 장씨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이런 상황에서도 재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아마도 사실상의 직무유기가 되는 게 아닐지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등 뇌물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그가 입국한 지 2주일이 넘도록 계좌추적조차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군요. 뇌물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계좌추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는데, 검찰 고위층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 합니다. 국민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인사권자를 쳐다보는 해바라기 행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그럴수록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텐데 검찰총장님은 뭐라고 항변하실지 궁금합니다. 김이택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또 하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등 뇌물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그가 입국한 지 2주일이 넘도록 계좌추적조차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군요. 뇌물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계좌추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는데, 검찰 고위층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 합니다. 국민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인사권자를 쳐다보는 해바라기 행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그럴수록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텐데 검찰총장님은 뭐라고 항변하실지 궁금합니다. 김이택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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