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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중동 시민혁명 ‘반동의 거점’, 리비아와 사우디

등록 2011-03-17 16:38

‘중동 시민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이 역풍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그 ‘반동의 거점’이 바로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먼저 리비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카다피의 친위부대는 동부 지역의 교통요충지인 아즈다비야를 장악한 데 이어 반군의 최대 거점인 벵가지를 압박하는 중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카다피가 반군을 궤멸시키고 리비아 전제를 다시 장악할 듯합니다. 사태 초기만 해도 궁지에 몰렸던 카다피가 다시 득세한 데는 고립분산적인 반정부 세력의 한계에다 국제사회의 우유부단함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무자비함이 이기는 형국입니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려고 다른 수니파 국가들이 군대를 투입한 것도 중요한 사태 진전입니다. 투입된 1500명 가운데 1000명이 사우디 병력입니다. 곧 사우디 군대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우디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바레인은 소수파인 수니파가 다수파인 시아파 국민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나라입니다. 수니파 이슬람의 정통을 자처하는 사우디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죠. 게다가 바레인은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은 16~19세기 바레인을 지배했죠. 바레인에는 중동 최대의 미국 해군기지가 있기도 합니다. 아울러 사우디는 민주화 시위의 물결이 자국으로 번질까 봐 겁내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군사개입에는 나름대로 절박성이 있는 거죠.

중동 지역의 중심국가는 이집트와 사우디입니다. 이집트는 인구와 지정학적 위치에서, 사우디는 석유매장량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죠. 미국도 이집트와 사우디를 중동 전략의 축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에선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끝났습니다. 오는 19일에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입니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고문 등으로 악명 높았던 국가보안청도 곧 해체된다고 하죠. 사우디 집권세력으로선 겁낼 만한 상황입니다. 사우디는 민주주의 수준이 아주 낮은 왕정국가입니다. 영국에서 발표되는 ’EIU’라는 ‘민주주의 지수’가 있는데, 167개국 가운데 리비아는 158위, 사우디는 그보다 더 낮은 160위에 올라 있습니다. 카다피의 잔인한 행태가 더 뉴스를 타긴 하지만, 중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리비아보다는 사우디가 더 중요한 ‘반동의 거점’입니다.

게다가 서방국가들은 리비아 이상으로 사우디에 대해 개입하기를 꺼립니다. 물론 핵심 이유는 사우디의 석유 때문이죠.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입니다. 게다가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갖고 있어 증산 여력이 가장 큽니다. 사우디에서 문제가 생기면 국제 석유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석유를 수입하는 서방국들이 사우디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또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나라들은 서방국들의 주요 무기 수출시장이기도 합니다.

리비아에는 제한적이나마 군사개입이 필요하고 사우디에는 강하게 개혁을 압박해야 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중동 시민혁명의 앞날은 험하기만 합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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