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기업이미지(CI). 수자원공사 누리집
[왜냐면] 조창현 | 한국수자원공사 강원지역협력본부 부장
50년 내 최악의 겨울~봄 가뭄이다. 지난겨울 눈비는 예년보다 턱없이 부족하여 전국 평균 강수량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기상청에서는 4월 말까지 물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졌고 얼마 전에는 서울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태운 최악의 강원도 동해안 산불도 겪었다.
이런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도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여기저기서 물 아껴 쓰기 홍보 활동이 펼쳐지는데, 전 국민이 합심하여 물을 아껴 쓸 수 있다면 제일 좋은 일이겠으나, 이 또한 개인의 실천에 맡겨야 하는 일이라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것 외에 효과적인 물 확보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좋은 것은 새는 물을 잡는 것이다. 오래된 상수도관에서 새는 수돗물은 2022년 1월 기준으로 생산량 대비 전국 평균 약 15% 수준이지만, 이는 관망이 잘 정비된 서울 등 특광역시를 포함한 통계값이고, 산간지역을 많이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때로는 30% 이상 수돗물이 새는 경우도 많다. 큰 비용을 들여 깨끗하게 생산한 수돗물이 누수로 땅속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이 가뭄 시국에 심각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누수를 줄이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환경부가 전국 133개 지자체와 함께 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누수가 되는 지점을 찾아내어 복구 공사를 하고, 노후 상수관도 교체하여 새는 수돗물을 잡는 사업이다. 2017년에 지자체별로 5년의 사업 기간 동안 누수율 15% 이하(바꿔 말하면 유수율 85% 이상) 달성을 목표로 실시되고 있다. 이 중 현대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강원도에서는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10개 지자체(인제, 철원, 원주, 횡성,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와 손을 맞잡고 새는 물을 잡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 수자원공사와 함께 가장 먼저 사업을 한 횡성군은 올해 곧 사업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누수를 3분의 1로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더 많은 국가 예산 지원,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 그리고 수자원공사 같은 시행기관의 전문성이 어우러져 누수를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한 가뭄과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강원도는 산간 지역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사업이 어려운 실정이라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도 도와주실 것이 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사 중 불편에 대한 민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시민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가급적 심야에 공사를 하는 등 노력하지만 때론 어쩔 수 없이 불편을 끼쳐드리기도 한다. 혹시 집 앞의 도로에 ‘현대화 사업 상수도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고, 도로가 파헤쳐져 통행과 수돗물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되더라도, 새는 수돗물을 잡고 있구나 하며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란다. 수고가 많다고 한마디 건네주시기까지 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은 더 큰 보람을 느낀다. 시민들의 이해와 응원은 새는 수돗물을 잡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