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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국민 의견 들어야

등록 2022-03-23 18:44수정 2022-03-24 02:31

[왜냐면]

김수흥 |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갑)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 배경에 대해 윤 당선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히며 미국의 백악관을 일례로 들었습니다.

먼저 당선자가 지금의 청와대를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고 소통을 단절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지 의문입니다. 대통령은 선출직 공직자이며,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입니다. 만약 윤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임기 동안 발목을 잡는 결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섭니다.

저는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문제는 매우 중요한 국정 현안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 내지 국회에서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자가 예로 든 미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의 역사적 배경도 마찬가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첫 수도는 뉴욕이었습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은 연방정부를 구성한 13개 주의 통합을 위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 중간지대인 포토맥 강변으로 수도를 이전했고 그 수도가 지금의 워싱턴디시입니다. 이전 당시 대통령 집무실의 크기는 버지니아주 대농장의 저택 크기로 제한했으며 ‘프레지던트 하우스’라고 불렸습니다. 처음 워싱턴디시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한 대통령은 제2대 존 애덤스입니다. 애덤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 공간을 국민에게 개방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1812년 영국과의 3년 전쟁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대거 소실되자 하얀색으로 증개축되었습니다. 미 정부는 국민들에게 대통령 집무실의 명칭을 공모하였고 국민들이 가장 많이 청원한 ‘화이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역사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민에게 개방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수렴해 명칭을 정하는 등 국민과 소통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한 국가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합니다. ‘청와대’라는 장소가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휘두른 무소불위의 권력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왔습니다.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결정이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신호로 감지되는 이유입니다.

미 국무부의 명칭이 ‘디파트먼트 오브 스테이트’(Department of State)인 이유는 미국이 독립 후 13개 주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지금은 외교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디파트먼트 오브 포린 어페어스(Department of Foreign Affairs)라고 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시민들의 정신, 그리고 13개 주의 연방정부를 출범시킨 역사와 전통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헌법적 가치 때문인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크게 성장해왔습니다. 그 모든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오신 국민 덕분입니다. 그러한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의무일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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