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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

등록 2022-03-28 18:45수정 2022-03-29 02:31

러시아 침략에 맞서는 우리의 태도

[왜냐면] 안드레이 리트비노프 | 새날학교 교사

저는 우크라이나인입니다. 한달 전만이라도 별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왔다’고 대답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게 됩니다. 불쌍한 눈으로 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응원해주고 존경스러워하는 눈으로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미인의 나라 혹은 옥토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우크라이나가 얼마 전부터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우’ 자로 시작하니까 우크라이나와 우즈베키스탄을 헷갈리시는 한국 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헷갈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과 같은 우크라이나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24일이 되기 전만 해도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전쟁은 3~4일이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리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에서 나고 자란 우리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3~4일이 아니라 벌써 한달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너무나 잘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비결이 뭘까요? 무엇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나라를 버리고 도망칠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했던 “나에겐 (도망갈 때 탈) 택시가 아니라 무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우크라이나 국회의원과 유명인사들부터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전쟁 초기 즈미니섬에서 러시아 함선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사망한 13명의 군인도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우크라이나 온 국민이 그런 자세를 취했습니다. 우리가 확인한 건 우리 모두에겐 우리 나라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저에게도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버지랑 형. 인터넷 전화로 통화하면서 아버지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했지만 “내가 이 상황에 내 나라를 떠날 수 없다”며 67살인 그가 시민군에 입대하였습니다. 그에게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마지막 문자가 온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국외에 있는 30만명의 남성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왔고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제 제발 좀 그만 오라는 정보가 계속 뜰 정도였습니다.

정말 힘들 때 하나가 된 우크라이나!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이와 같은 태도를 취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도 유럽도 미국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많은 나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나 방어 무기 공급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골리앗과 같은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어쩌면 이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민족이 하나가 되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역사는 한국 역사와 많이 비슷합니다. 특히 힘들 때 뭉칠 줄 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말 비참하고 험한 이때에 애국심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장면들을 매일 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부러워하는 사람들, 존경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홀로 싸우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평화를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기는 싸움을 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매일 죽어가는 군인만이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죽고 있습니다. 난민 수도 수백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수많은 도시가 초토화가 되었고 학교와 병원, 상업시설, 주택 등이 사라졌습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가족을 잃은 아픔, 죄 없이 숨진 생명 등 회복이 안 될 아픔으로 가득한, 기가 막히는 싸움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합니다. 그 역사는 바로 진정한 독립의 역사일 것입니다. 미국에 의존하거나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독립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미국에 기대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필요로 하는 나토를, 우크라이나가 있어야 사는 유럽을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이런 진정한 독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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