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생기는 것이 있다. 바로 녹조다. 녹조가 피면 물이 녹색으로 변하고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바로 물이 썩어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낙동강이 지금 그렇다. 낙동강이 4대강 보로 막혀 흐르지 못하다 보니 매년 초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녹조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이다. 이것은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 발암물질이다. 그리고 사람의 간, 폐, 혈청, 신경과 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생식기에 이상을 일으키는 생식 독성까지 알려지고 있다. 강이 고여 썩으면 이런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
낙동강은 식수원이다. 1300만 영남인이 이 물을 마시며 살고 있다. 이 물로 농사도 짓는다. 그런데 최근 낙동강 강물로 기른 무와 배추에 이어서 낙동강 하류 노지 쌀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쌀 1㎏당 3.18㎍(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성인(60㎏)이 하루 평균 300g의 쌀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0.945㎍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생식 독성 기준의 8.83배를, 프랑스 생식 독성 기준의 15.9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지난 2월에 공개된 낙동강 무와 배추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하루 평균 섭취량(0.295㎍)과 이 수치를 합쳐서 계산하면 1.24㎍인데, 이는 프랑스 생식 독성 기준의 무려 20.81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되는 꼴이다.
우리가 먹는 주식인 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고, 우리 김치의 주재료인 무와 배추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의 밥상이 위험한 것이고, 우리의 일상이 위험에 빠졌다는 이야기다. 당장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이 걱정이 된다. 게다가 이미 이렇게 생산된 쌀과 무와 배추는 전국으로 유통됐다. 전국의 가정에서, 식당에서도 녹조 독이 들어 있는 밥과 김치를 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당장 실태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낙동강 강물로 생산된 쌀과 무와 배추 등의 농산물이 도대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유통되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태를 국민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낙동강에서 10년 이상 반복된 녹조라떼가 그 증거다. 낙동강은 4대강 보로 막혔고 강은 썩고 죽어갔다. 죽어가는 강은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을 만들어냈고 그 독이 우리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강의 역습이다. 너무 두렵다. 이 질곡을 끝내야 한다. 하루빨리 이 사태의 원인이 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녹조 문제 해결은 낙동강을 흐르게 해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녹조는 흐르는 강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낙동강 또한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강은 저절로 건강한 식수와 농업용수를 제공해서 우리에게 건강한 농작물을 제공해줄 것이다.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라도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