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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아직은 내연기관을 버릴 때가 아니다

등록 2022-04-06 17:57수정 2022-04-07 02:36

[왜냐면] 김용현 |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새 정부의 환경 분야 공약 중 내연기관 퇴출을 위한 유로7 도입이 있다. 유럽에서 만든 제도로 차량 배출가스 규제를 나타낸다. 유로 뒤의 숫자가 커질수록 기준이 엄격해진다. ‘7’은 최근 논의된 것으로 ‘6’에 비해 질소산화물을 네 배 이상 줄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마지막 규제라 불릴 정도로 가혹하다.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자동차 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를 둘러싸고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전기자동차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먼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냉정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기자동차 등록률이 0.96%였다. 짧은 시간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아직 100대 중 99대가 내연기관 자동차이다.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어려운 여러 원인이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중 전기차 관련 부품을 일부라도 만드는 곳은 4% 미만일 정도로 아직은 산업전환 준비가 부족하다. 또한 충전시설 미비와 정부 보조금 없이는 구매하기 어려운 높은 차량 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 더불어 친환경차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적어 대기업은 선뜻 나서기 어렵다. 산업전환 시 일감이 3분의 1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자동차 대기업이 전기자동차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하려다 실패했다. 또한 신형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려다 ‘맨아워’(한 사람이 1시간 동안 작업하는 분량)에 대한 협상이 안 돼 생산을 못 하고 있다. 노사 간 이견이 만만치 않게 컸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아직 친환경차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유로7의 도입은 산업 전반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로 기준을 조금씩 늦게 도입해왔다. 강화되는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물론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이는 기술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덫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로7의 조기 도입보다는 관련 산업의 성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내연기관을 몰아내는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최근 독일 베엠베(BMW) 이사 프랑크 베버는 내연기관을 이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해 높아진 배출가스 기준을 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밀어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던 내연기관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기자동차와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공존하면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더불어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번다. 이 기간에 정부는 충전시설을 늘리고 내연기관에 쏠려 있는 일자리를 전환시켜야 한다. 노동조합 또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직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은 전기자동차의 품질 확보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여 차량 가격을 낮춰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의 지원금에 기댈 수 없다.

중국의 전기차 훙광 미니는 5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테슬라를 꺾었다. 향후 중국 자동차의 시장 잠식이 우려되기에 자동차 회사는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결국 시장의 다양성과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라도 내연기관을 아직 버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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