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원 |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5월이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 수자원과 관련된 내용이 네가지 있다. 크게 보면 홍수 대응 강화와 물 서비스에 대한 내용뿐이다. 당면하고 있는 여러 수자원 관련 현안을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위기를 맞고 있는 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첫번째 강의 위기는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2021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2040년 1.5도 기온 상승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홍수가 최대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홍수를 받아내어야 하는 것이 강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기후변화는 홍수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강우의 발생 양상을 변화시켜 강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물이 흘러야 할 공간에 나무가 자라고 육상화되어 간다. 강이 숲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현상임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두번째 위기는 제방 위주의 강 관리이다. 제방은 홍수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의 본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제방만을 쌓아왔다. 강의 지형, 물의 흐름, 강 생태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전국 강에 있는 약 3만4000개의 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강 상류와 하류, 본류와 지류의 단절에 신경 쓰지 못했다. 강바닥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강바닥이 낮아지면 수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지하수위도 낮아진다. 강의 문제는 강에 한정되지 않고 주위 농경지, 나아가 전 국토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 위기는 강에 대한 목표의 상실이다. 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10년, 20년 후의 강에 대한 그림이 필요하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강의 모습을 유지할 수는 없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 미래 시대가치에 적합한 강의 모습을 그리고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강 관리 여건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강 관리를 위한 계획은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분절되어 있고 다시 권역별로 나누어져 있다. 수계 전체를 일관하는 계획이 없다. 하천 예산의 부족으로 기본계획 수립에 7, 8년이 걸린다. 물관리 일원화가 완성되었지만 강의 수량, 수질, 수생태계 전체를 총괄하는 강 통합관리 계획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관련 법과 계획은 정비되지 않아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4대강은 정치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조직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약 6만5000㎞의 강을 관리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 없다. 강 관리 체계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하천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성 물관리·국토보전국(옛 하천국) 인력이 5000명가량이다. 우리나라 댐과 상수도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약 6300명이고, 하수도와 환경시설을 담당하는 환경공단 직원이 약 3000명임을 감안하면 강을 관리하는 조직이나 인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의 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가칭 하천공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강의 위기는 저절로 하루아침에 극복되지 않는다.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미래의 강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