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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산불의 원인이라니, 소나무는 억울하다

등록 2022-04-11 18:02수정 2022-04-12 02:36

[왜냐면] 우수영|한국산림과학회 회장·서울시립대 교수

소나무는 애국가의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의 문화, 생활, 정서에 대단히 중요한 나무이다. 문학, 예술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나무가 최근 너무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라니? 소나무가 함유하고 있는 송진 등 가연성 물질들이 산불을 조성하니 소나무가 많은 지역을 활엽수 위주로 숲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나무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대로 밀려나며 한반도에서 점점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참나무와의 경쟁으로도 수난을 겪고 있는데, 이에 더불어 산불의 원인 제공자라는 누명까지 쓰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받게 된 것은 최근 산불의 영향이 크다. 겨울과 봄 가뭄이 지속되면서 3월 초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진·삼척 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산불로 인해 동해안 지역에서 2만여㏊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는데, 이것은 서울의 약 40%를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2021년 발표된 우리나라의 재난 피해 순위에서 산불은 사회 재난 3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산불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역사적으로 산불이 많았던 지역이다. 예를 들면 이번 동해안 산불이 난 지역과 기후와 환경이 거의 비슷한 강원도 낙산사 주변 지역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조 시기, 한국전쟁, 가장 최근에 2005년 강원도 산불 등등 많은 화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화재 이후 이 지역 산림을 계속 점유해 온 나무는 소나무였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나무를 식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우점한 나무는 다른 수종이 아니고 소나무였다. 소나무는 이 지역에서 환경적으로 특화된 수종인 것이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이므로 활엽수 위주로 숲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흐름을 역행하는 방향이다. 동해안같이 건조한 지역은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여름철 강수로 인해서 표토가 유실되고 사질 토양이 발달하는데, 이러한 사질 토양에 적응한 소나무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이 지역을 점유하고 있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산불이 자주 있는 지역에 소나무가 있는 것이다. 소나무는 특히 수피가 두껍고 지하고가 높다. 어느 정도 큰 소나무는 지표화(땅바닥에 있는 풀과 낙엽을 태우는 산불)에 강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소나무는 역사적으로, 생태적으로 너무 중요하다. 또한 그 가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송이는 소나무 숲에서만 발생하여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므로 강원도 지역 산불이 지나간 이후에는 가장 먼저 소나무 숲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시되어 왔다. 소나무가 있어야 송이도 생산되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 소광리 일대 금강송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소나무 유전자원을 보호하는 지역이며, 소나무 테마와 관련한 관광자원으로 많이 활용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산불은 주로 4월에 발생하였는데, 기후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 때문에 최근 들어 3월에 빈번히 발생하여 많은 산림과 소나무를 태우고 있다. 더 이상 모두에게 중요한 소나무가 더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산불을 조심하는 경각심을 가질 것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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