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5일 저녁 제주 추자도에서 출발한 후 10시간 넘게 통신이 끊겼다가 다음날 오전 전복된 채 발견된 전남 해남 선적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 탑승객 중 3명이 구조되고 있다. 사진 국민안전처 제공
[왜냐면] 김민종 |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사고 인명피해는 사망 88명, 실종 32명, 부상 392명 등 512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던 2020년도 553건에 비해 다소 감소되었으나, 사망, 실종자 수는 120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부주의 등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이 7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 사고 3053건 중 어선에서 일어난 사고가 1971건으로 64.6%를 차지했다.
현행법은 낚시어선 승객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어선에서 사고가 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표류하고 있을 승객을 찾아야 하는데, 육안에 의존하는 만큼 효율적인 수색이 어렵다. 구조기관 긴급출동태세가 확립돼 있어도 사고자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없어 구조가 늦어지고, 저체온 사망이나 실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낚시어선 승객 등에게 조난 때 위치를 발신하는 개인위치발신장치 휴대를 의무화하면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해 구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0년 개인위치발신장치의 착용 및 휴대를 의무화해 해양사고를 예방하도록 ‘낚시관리 및 육성법 일부 개정안’(최승재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의 교육훈련 등을 통해 해기사를 양성하고 있다. 연간 5만명 이상의 선원 교육과 1천여명 이상의 실습을 위해 4척의 실습선을 운영 중이다. 특히 3척의 실습선에는 해사고, 수산계고교 학생들이 승선 중인데 이들의 안전사고가 늘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실습선에서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해 해양조난사고 예방을 위한 조난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다. 케이티(KT)와 지역중소기업인 씨뱅크가 함께 개발해 실습선에 적용한 서비스로, 항해실습 중 조난사고가 발생하면 착용한 사물인터넷 구명조끼가 팽창하면서 조난 발생·구조신호가 관리자에게 발신된다. 육상에서 20㎞ 이내 해역까지 커버하는데, 위치정보의 오차범위는 10m 이내에 불과하다.
낚시어선이나 레저선박 승선자는 물론 양식장 근로자 등도 개인위치발신장치를 휴대하도록 한다면 조난사고가 발생해도 바로 조난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인명사고 피해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각종 사건·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에서도 이런 안전조치를 시행해 애꿎은 목숨이 희생되는 일을 최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