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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화물연대 파업·물류대란 책임은 합의 파기하고 직무유기한 정부에

등록 2022-11-28 18:53수정 2022-11-28 20:22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왜냐면] 이도흠 |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임금과 안전은 천차만별이다.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고 위험 수준이 높은 직업 가운데 하나가 화물운송 노동이다. 필자의 참석률은 절반에 지나지 않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동네 후배들과 모임이 있다. 그 가운데 한명이 화물자동차 기사였는데 그가 자기 일에 대해 말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빨리 직업을 바꾸자는 말이 터져 나왔다. 노동자들 평균보다 교통사고 사망 만인율이 9.23배, 질병 사망 만인율은 4.11배 더 높은 일을 하루 평균 12.8시간이나 하면서 월 300만∼400만원 남짓 번다면 어떤 부모나 아내가 말리지 않겠는가. 다행히 그는 필자의 지인 소개로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지금 이 땅의 대다수 노동자는 생계와 안전에서 아주 열악한 상황에 있다.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 체제와 정권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노동을 유연화하고 공공영역을 사영화하고 그나마 자본의 야만을 규제하던 제도를 철폐하고 시장과 공장을 세계로 확대하고 복지를 축소했다. 이 바람에 불평등은 극대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에 이르고, 노동운동이 무력화하였으며, 국가와 자본의 유착은 강화됐다. 그리 시장을 확대하고 자본에 무한하게 착취하고 수탈할 자유를 줬지만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첨병인 국제통화기금(IMF)을 필두로 대다수 국가가 이를 성찰하고 유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통령의 지독한 무지와 무능, 독단보다, 검찰공화국보다 더 두려운 것은 윤석열 정권에서 강성 신자유주의자들이 권력의 전면과 후면에 모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노동을 억압하고 공공성과 복지를 축소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극우적인 퇴행이 행해지고 있다.

화물자동차 문제는 그 축소판이다. 고속도로 통행량의 27%에 불과한 화물차 관련 사망사고가 전체의 50%를 넘어선다. 2019년에 승용차가 1만명당 0.8명의 사망사고를 냈는데 화물자동차는 그 두배가 넘는 2.2명의 사망사고를 발생시켰다. 화물자동차 사고 원인의 42%가 과로와 졸음운전이며 8%가 과속운행이다. 화물운송 ‘한탕’ 뛸 때 평균 100만원을 받는데 유류비, 요소수비, 주차비, 숙박비, 통행료를 빼고 여기에 지입료, 차량할부금, 보험료 등 고정비용을 제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이 싣고 빨리 달려 ‘한탕’을 더하면 된다. 심지어 기름값 몇푼을 아끼려고 수십톤의 물품을 실은 채 내리막길에서 시동을 끈 채 목숨을 내건 주행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화물운송은 고귀하고 보배로운 노동이다. 도로가 국토의 혈관이라면 운송노동자들은 적혈구다. 이들이 없으면 국가산업은 마비된다. 정부도 이런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2020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 이후 컨테이너 기사가 월평균 373만원, 시멘트 운송기사가 424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적정 수입이 보장되니 굳이 과적이나 과속할 필요도 없다.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컨테이너‧시멘트 분야에서는 과적이 30%에서 10%로,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29%에서 1.4%로 급감했다.

그러기에 윤석열 정권도 지난 6월에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적용품목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대화나 법률 개정을 하지 않은 채 직무유기를 하더니 이제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겠다던 지난 6월 합의마저 파기하고 개악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화물차 기사들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며 파업을 하자 대통령이 나서서 폭력행위로 매도하며 탄압을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 보수언론이 한패가 돼 이들을 폭력행위자나 물류대란의 주범으로 매도하며 다시 과적과 과속의 늪으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구조적 폭력이다. 일몰제로 안전운임제가 폐기되면 그들의 소득은 반토막 날 것이며 교통사고는 급증할 것이다. 지난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들은 2916명, 부상자는 29만1608명에 달했다. 이태원 참사를 방관한 정부가 이제는 도로 위의 참사를 조장하려는가. 정부와 국회는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취지에 맞게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것이 물류대란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화물차 노동자에게 더불어 살아갈 희망을 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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