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아이슬란드 성장의 핵심 가치 ‘성 평등’

등록 2022-12-14 20:20수정 2022-12-14 20:25

지난 7월 한국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GGI) 순위에서 조사대상 국가 146개국 가운데 99위를 기록했다.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는 12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7월 한국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GGI) 순위에서 조사대상 국가 146개국 가운데 99위를 기록했다.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는 12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 아이슬란드 문화상무부 장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2년 세계성평등지수를 보면 아이슬란드는 조사 대상 153개국 가운데 가장 성 평등한 국가로 나타났다. 이로써 아이슬란드는 1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성 평등한 국가가 됐다. 남녀 소득 격차도 작년에는 남성 대비 여성 91%로 크게 좁혀졌다. 아이슬란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81% 이상으로 여성노동지표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총리와 대주교 그리고 검찰총장이 여성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성 불평등은 인류 발전의 주요 걸림돌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리주의를 근거로 여성의 성 평등 기회를 빼앗는 것은 인구 절반만큼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이익을 거부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밀은 약 150년 전에 여성 해방이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기여도가 높아짐으로써 사회 전체가 이득을 볼 것이고, 둘째 행복에 꼭 필요한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여성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로 인한 경제적인 이익은 상당하다. 아이슬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여성 경제참여율의 꾸준한 성장은 지난 몇십 년간 북유럽 지역(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1인당 지디피에 10~20%가량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한 조사에서는 오이시디 국가의 여성 경제참여율이 아이슬란드나 스웨덴 수준과 같아진다면 6조 달러에 달하는 추가적인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가 성평등을 이룬 데에는 세 가지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보육 시설의 광범위한 투자다. 수십 년 전 아이슬란드 정부는 아동 보육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현재 12~18개월 아동에게 5년 동안 보육료 9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부모 양쪽에게 법적으로 지급하는 12개월간의 육아휴직급여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년 전 육아휴직급여 지급 개월 수를 기존 9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여성과 남성이 각각 의무적으로 4개월씩 신청해야 하고 나머지 4개월은 여성과 남성 중 한쪽이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이 법안은 특히 남성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남성 역시 성 평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롤모델과 문화이다. 아이슬란드 여성에게는 항상 강력한 롤모델이 있었고 그러한 유산은 우리의 디엔에이(DNA)에 새겨져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주 선거로 당선된 여성 대통령은 바로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이다. 그는 16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해, 가장 오랫동안 한 국가의 수장으로 선출돼 일한 여성이 됐다. 그는 지금도 아이슬란드 여성들에게 훌륭한 롤모델로 남아 있다. 현재 아이슬란드 국회의 여성 비율은 47.6%, 여성 장관의 비율은 40%에 달한다.

성별 갈등의 원인은 본질상 다양할 수 있다. 교육 및 경제적 기회 부족과 같은 제약과 사회적 고립감과 불안이 모두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이슬란드와 다양한 북유럽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는 조세 제도 등을 통해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성 평등에 대한 아이슬란드 사례가 전 세계와 공유되어 성 평등을 향해 모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1.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2.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3.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윤석열 정부의 뒤늦은 청구서 [한겨레 프리즘] 5.

윤석열 정부의 뒤늦은 청구서 [한겨레 프리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