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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한민국 대통령과 릴레이 경주

등록 2022-12-14 20:24수정 2022-12-14 20:2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왜냐면] 송영오 | 천주교 수원교구 상현동성당 신부

릴레이 경기는 일정한 구간에서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차례로 배턴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경기이다. 릴레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턴 터치이다. 달리는 사람의 속도와 체력에 따라 정해진 구간에서 때로는 일찍, 때로는 좀 더 달려서 배턴을 이어받아 달리는 경기이다. 선수들이 서로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마음을 읽어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경기로, 배턴을 놓치지 않고 잘 연결하여 이어 달리는데 묘미가 있다.

조직을 움직이는 수장도 마찬가지이다. 앞장서서 달리는 주자 뒤로 배턴을 이어받는 사람은 자신의 속도와 체력에 맞게 정해진 시간을 달려 다음 주자에게 부드럽게 연결해줘야 안정적인 레이스를 할 수 있고 지켜보는 이들도 편안하다. 배턴을 받은 주자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 주자가 잘 뛰었는지, 코스를 제대로 활용했는지 따지기 전에 자신의 환경과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레이스를 운영해야 한다. 다른 팀과 비교해서 순위가 떨어졌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며 체력을 조절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릴레이에서 주자들은 각기 맡은 트랙을 달려야 한다. 그래서 릴레이 경기를 하기 전에 몇 번째 주자가 되어야 하는지 잘 선택해야 하며 한번 선택을 했으면 다른 주자들이 끝까지 선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지켜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단거리 선수가 아니다. 먼저 대통령이 달려야 했던 그 트랙을, 그 나라를 이어 달려야 하는 릴레이 선수이다. 먼저 뛴 주자를 욕되지 않게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속도와 체력으로 5년을 달려야 한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각자의 환경에 맞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다음 주자가 잘 달릴 수 있게 더 열심히 달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트랙을 벗어날 수는 없으며 결국 5년 뒤에는 다음 선수에게 배턴을 넘겨 주어야 한다.

그동안의 대한민국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하야와 박정희 군부독재가 이어지며 5년 단임제로 시간이 정해졌지만 제대로 된 릴레이 경주가 이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선출된 대통령은 계주가 아닌 단거리 선수처럼 자기만 홀로 뛰고 나면 그만인 듯 정신없게 만들어 다음 주자가 자신이 달리는 속도를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배턴을 이어받은 주자가 앞으로 뛰는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며 잘못 뛰어 왔다고 배턴을 거부하며 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지나간 5년은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앞으로 국민은 또 어쩌란 말인가? 다른 나라 주자들은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는데 멈춰 있는 대한민국을 어쩌란 말인가?

한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라면 다음 주자를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리드미컬하게 배턴 터치가 이루어지도록 준비해야 한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에 주님의 길을 위해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닦는 조연 역할의 세례자 요한과 같은 대통령이 필요하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는 이육사 선생님의 시 ‘광야’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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