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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특전사 5·18참배, 누가 화해를 강요하는가

등록 2023-02-22 18:29수정 2023-02-23 02:35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가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행사에 반대하는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왼쪽)이 행사장 앞에서 시위하는 동안 군복을 입은 특전사 동지회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가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행사에 반대하는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왼쪽)이 행사장 앞에서 시위하는 동안 군복을 입은 특전사 동지회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왜냐면] 심영의 | 소설가·문학평론가

지난 19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5·18 관련 단체 두 곳(부상자회와 공로자회)이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을 초청해 개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이다. 본래 오후 2시에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해 오전에 참배를 마친 자리에서 최익봉 특전사동지회장은 자신들이 5·18 당시 질서유지를 위해 광주에 투입됐다는 것, 상부 명령에 복종해야 했던 군인들 역시 피해자라는 것, 따라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건립되면 자신들 역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희생자의 어머니가 걸어둔 ‘내 아들을 두 번 죽이러 공수부대가 온다’는 펼침막을 지나 43년 만에 처음 찾은 5·18민주묘지에서 자신들이 행했던 광주 학살에 대해 사과나 반성, 용서를 구하는 대신 광주시민과 같은 피해자라는 위치성만 강조했다.

그들이 참배하기로 예정했던 오후 2시에는 광주 시민사회단체 100여곳과 1980년 공수부대와 맞서 싸웠거나 그들에게 체포돼 가혹한 고문을 견뎌야 했던 필자와 같은 사람들 200여명이 참석한 규탄·결의 집회가 열렸다. 5·18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투쟁보다 더 기가 막힌 건 광주 내부의 분열이 봉합하기 힘들 만큼 중증 상태라는 점이다. 행사를 주최한 두 5·18공법단체는 “명령을 따르다가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된 계엄군의 손을 잡은 것이지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수뇌부를 용서한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화해와 감사와 포용’이라는 행사 취지에 적극적으로 의미 부여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발표한 논문과 책에서 5·18 당시 광주에 내려왔던 군인 역시 분단체제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는 상당하다. 피해자의 온전한 치유와 진정한 역사적 화해의 길이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올바른 시작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의 고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5·18은 분단체제가 만들어낸 비극적 사건이라는 근본 인식 위에서, 과거사 청산의 궁극적 목적은 역사의 정의를 세우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 분단체제의 극복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발전적 미래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명령한 자는 명령한 자의 책임이 있고, 실행한 자는 실행한 자의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선행하지 않는 한 피해자와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다. 그 모든 것을 건너뛰고 화해를 논하는 것은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가짜가 아닌가.

용서나 화해 그 자체는 아름다운 정서나 감각을 내포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역사적 사건(범죄)에 대한 처벌은 없거나 부족한 대신 용서나 화해가, 그것도 가해자는 모른 척하는 데 피해자 쪽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범죄)에 대해 충분한 처벌을 외면한 탓에 1980년 당시 상부의 명령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며 그들이 저질렀던 무차별적 학살과 잔인하고 가혹했던 비인간적 구타와 고문 행위마저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학살의 최종책임자였던 전두환을 사면해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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