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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국가물관리위원회 5년, 국가 전체 물관리는 없었다

등록 2023-02-27 18:58수정 2023-02-28 02:34

국가물관리위원회
국가물관리위원회

[왜냐면] 김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제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기후위기는 물의 위기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위기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에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한 기이한 해였다. 가뭄은 올여름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서울과 포항 홍수는 역대급이었다. 올해도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물의 위기에 긴박하게 대응해야 할 시기다.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물관리 일원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1월 그동안 국토교통부에 남아있던 하천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물관리 일원화는 일단락됐다. 11월 국가물관리위원회 제2기가 시작하면서 물관리 일원화의 본격적 성과를 만들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2019년 8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이고 8개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장,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적 위상은 최상위이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다. 물관리기본법에 규정된 사무국도 설치하지 못해 환경부의 임시부서인 물관리위원회 지원단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독립된 인사나 집행권한 없이 환경부에 의존하고 있다. 예산은 환경부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지난해 49억 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환경부 소속이다. 제2기가 출범한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역할과 위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수량과 수질은 환경부로 통합됐지만 물 관련 재난은 행정안전부,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발전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내수면어업은 해양수산부, 산지계곡은 산림청이 담당하고 있다. 산재한 물 관련 업무를 하나의 정부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됐다. 그럼에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아직까지 환경부 물관리 업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전체 물관리를 위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자문기구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하나의 정부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조율사로서의 역할이다. 정부부처 간, 중앙과 지방정부 간, 지자체 간 갈등과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 환경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홍수관리 문제, 대구·경북 물 갈등, 부산·경남 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물 이용 문제도 조율해야 한다. 해결책을 찾지 못해 장기간 표류하는 ‘국가’ 차원의 물 문제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해소해야 한다. 지금 심각한 남부지방의 가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 관련 국가 미래 가치를 제시하는 것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선도자로서의 역할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범정부적 물관리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부처 등 각 이해 당사자들을 조율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지자체 등이 관련돼 있는 중소하천 보 문제는 하나의 좋은 예다.

제1기 위원을 지내보니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한마디로 힘이 없다. 정부부처나 지자체가 최상위 위원회로 존중하지 않는다. 위원회 안에서 행정위원회인지 자문위원회인지 논란이 일었고 심의 의결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 논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강제력도 없다. 제1기 기간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유일한 결정이 2021년 1월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어떠한 진척도 보지 못하고 있다.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된 지 5년째지만 각 부처에 산재한 수십 개의 법정계획은 아직까지 정비되지 못해 상호충돌하고 있다. 이런 물관리 체제에서 물의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내부적으로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물관리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의 힘을 실어줘야만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 임무를 특정 정부부처의 고유 사무에 한정하는 것은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다. 설치 취지에 맞지 않고 위원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가’ 전체 물관리를 다루어야 한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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