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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장소가 학교일뿐 마을 문제다

등록 2023-03-08 18:30수정 2023-03-09 02:37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제언② |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시인

학교폭력은 마치 계급투쟁 내전처럼 참혹한 사회악이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리 현상이다. 오늘날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교의 문제, 교육의 과제를 넘어섰다. 학교의 노력이나 교육 당국의 행정력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회 단위로, 국가 차원에서 접근해야 비로소 해법이 보일 것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학교에서 졸업하지 못한다. 마치 히로시마 원폭이나 베트남 고엽제의 피해자처럼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가 오는 경우는 흔하고, 결국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심지어 학교폭력 피해자가 거꾸로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학교, 사회, 국가, 그리고 부모에 대한 보복심리가 아닐까 두렵다.

물론 학교폭력 문제를 예방하거나 근절하려는 대책이나 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이미 2004년 1월에 제정됐다. 이 법을 보면, 교육부 장관, 교육감, 학교장 등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대책전담부서도 설치하고, 전문상담교사도 두고,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이란 괴물은 여전히 학교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 교육 당국의 법, 정책, 제도 정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본질적으로 학교폭력의 문제는 학교나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나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학교 밖의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가 학교에 힘과 뜻을 합쳐야 한다. ‘배움과 삶’이 하나 되는 ‘마을교육공동체’가 나서야 학교폭력 문제의 실마리와 돌파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중심으로 학교, 마을, 자치단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목표를 추구한다.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이 학교가 되고 주민이 교사가 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이렇게 마을교육공동체에서는 협력과 나눔의 공동체 문화를 배우며 건강한 민주시민, 건전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런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악의 가해자가 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나아가 학교폭력 등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와 학원 안에서 벌어지는 주입식 입시교육의 병폐부터 근절해야 한다. 예컨대 마을교육공동체가 주도하는 지역사회학교에서 교육협동조합도 함께 꾸리고, 사회적 경제 교과서도 서로 가르치고, ‘함께 나누며 먹고사는 생활기술’도 몸으로 익히는 등 어릴 때부터 건전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이자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요긴한 지식과 기술과 품성을 더불어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있다. 마을에서 함께, 나도 먹고살고 마을도 먹여 살리는 길을 찾아가는 학생들이 폭력적 악역을 맡는 건 쉽지 않다.

‘배움과 삶’이 하나 되고, ‘삶과 일’이 하나 되는 이른바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의 교문을 활짝 열자. 그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입시와 출세가 아닌 선량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이자 국가의 국민으로서 생업과 생활에 쓸모 있는 진짜 공부, 참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자. 그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학교에서는 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미래전망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병리 현상인 학교폭력의 병균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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