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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전쟁 12년, 시리아인의 울부짖음에 응답할 때

등록 2023-03-15 18:41수정 2023-03-16 02:39

지진 피해를 본 시리아 알레포주 진디레스의 텐트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각) 한 소녀가 어린이를 안고 걷고 있다. 진디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지진 피해를 본 시리아 알레포주 진디레스의 텐트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각) 한 소녀가 어린이를 안고 걷고 있다. 진디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왜냐면] 허지혜 |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12년 전인 2011년 3월15일, 시리아에 전쟁이 발발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 약 30만명(2021년 3월 기준)이 희생됐다. 542만여명(올해 2월 기준)이 고국을 떠나 튀르키예, 요르단, 레바논 등지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으며, 고향을 잃은 시리아 내 실향민도 675만여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콜레라까지 유행했고 300만명이 식량위기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시리아 사람들은 12년 동안 “살려달라”, “도와달라” 울부짖었지만 국제사회는 그 외침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된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분쟁, 미얀마 쿠데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집권 등 바람 잘 날 없는 혼란의 시기에 중동의 작은 나라 시리아에 관심 갖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시리아 난민의 삶은 녹록지 않고, 국내 실향민의 삶은 더욱 냉혹하다.

실향민 삶의 터전이었던 시리아 북서부는 지난달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대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북서부에서만 4500명이 사망했다. 대지진 발생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시리아 정부군은 북서부에 총격을 가했다. 시리아에서 총성은 13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실향민의 정신 건강이 온전하리 만무하다. 월드비전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해 2분기 자살 발생 건수는 1분기 대비 3배, 상반기 자살 시도는 전년 하반기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응답자 가운데 66%는 생활환경 전반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2021년 시리아 이들립 지역에서 분쟁이 고조되던 시기, 월드비전 파트너가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해당 지역 18살 미만 실향민의 100%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지진에 앞서 12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눈에 보이는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심각하게 만들었다.

대지진이 강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인도주의적 대응의 규모는 지난 12년 동안 복합적 위기로 고통받아온 시리아 난민 가족과 아동들의 필요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분쟁과 재난의 희생양인 그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시리아 북서부에 대한 모든 접근 경로를 개방하고 긴급 대응을 위해 배정된 자금을 통해 원조 전달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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