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독보적 랜드마크? ‘서울링’ 비용과 안전을 우려한다

등록 2023-03-22 18:47수정 2023-03-23 02:08

서울링 건립계획을 설명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서울링 건립계획을 설명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왜냐면] 함인선 |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전 한양대 교수

서울시가 180m 높이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름 257m인 두바이의 ‘아인 두바이’보다는 작지만 가운데 바퀴살이 없기에 세계적으로 독보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오로지 독보적이기 위해 비쌀뿐더러 안정성이 증명된 바 없는 링 구조로 해야 할까?

‘런던 아이’나 아인 두바이가 바퀴살을 가진 것은 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다. 자전거 바퀴를 예로 들자. 가는 철사인 바퀴살이 사람 무게를 견디는 것은 살에 누르는 힘이 아닌 당기는 힘이 가해지도록 돼 있어서다. 바퀴 축에 무게가 가해지면 12시 방향의 살이 아래로 당겨진다. 이로 인해 바퀴는 타원형이 되려 하고 이를 3시와 9시 방향의 살이 견뎌준다. 이때 6시 방향 살은 힘을 받지 않으나 곧 9시 방향이 될 것이기에 존재한다.

이렇듯 바퀴살은 가늘어서 없애도 될 듯 보이지만 바퀴 구조의 핵심이다. 그래도 굳이 없애겠다면? 링이 자중과 풍압을 오롯이 견뎌야 하기에 훨씬 두꺼워진다. 두꺼워져 입면적이 늘어나면 풍압이 아울러 커져 더 두꺼워져야 하니 공사비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또 대지와 점으로 만나기에 굴러갈 수도 넘어질 수도 있다, 중국 웨이팡에 있는 ‘발해의 눈’이 링 형태라지만 오히려 까치발이 잔뜩 달린 도넛에 가까운 이유다. 애당초 링이라는 구조는 애플 사옥처럼 땅에 누워있든지 중력 없는 우주 공간에 떠 있기를 요구하는 기하학이다. 지구에 서 있는 모든 것, 피라미드에서 인체까지 좌우는 대칭, 상하는 비대칭인 것은 중력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날렵한 ‘게이트웨이 아치’는 포물선 아치 형상이다.

서울시는 그림부터 내놓기 전에 20년 전 무산됐던 ‘천년의 문’ 교훈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아 세울 상징물을 현상공모로 선정했는데 서울링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이후 실제 설계에 들어가 풍동 실험을 했으나 세 차례나 실패했다. 결국 10개월이나 걸려 영국의 구조회사 애럽(Arup)에서 해법을 찾았지만 예상 건설비는 30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늘었고 여러 논란 끝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세계적 구조회사에서 해결 방안을 찾았으니 검증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 사건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밀레니엄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템스 강에 다리가 놓였다.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하고 애럽이 구조설계를 맡은 보행 육교다. 그런데 개장 첫날 다리가 흔들리는 바람에 바로 폐쇄하고 2년 동안 90억원을 들여 보수한 뒤 재개장했다.

다리가 공진 때문에 흔들리고 붕괴하는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1850년 프랑스 앙제에서는 대대 병력이 발맞춰 건너다 공진으로 다리가 무너져 226명이 죽었다. 1945년 미국 터코마 해협에서는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산들바람이 불어 다리가 붕괴한 적도 있다. 구조공학의 기본인 공진을 애럽이 몰랐을 리 없다. 행진이 아니어도 양발을 번갈아 디디는 보행 특성만으로 공진이 생긴다는 사실은 이 사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알려졌다. 이처럼 자연의 현상에는 이 시대의 엔지니어들조차 예측 못 하는 많은 변수가 숨어있다. 세계적 회사라 해 맹신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든 사례다.

서울시가 서울링을 그림과 함께 발표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본다. 첫째, 서울링은 지름만 200m에서 180m로 바뀌었을 뿐 형상, 비례, 질감 모든 면에서 ‘천년의 문’의 복제다. 지적 재산권을 앞서서 보호해야 할 공공이 이토록 대놓고 표절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둘째, 이 사업은 설계-시공-운영이 패키지인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발주한다는데, 과연 더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발주자가 이미 링이라고 못 박았는데 누가 다른 대안을 내겠는가?

오세훈 시장이 워낙 스펙터클을 선호해 이런 그림이 더불어 등장했으리라 이해는 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그림은 거둬들이는 것이 옳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 1.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

이번엔 “의사들이 졌다” [신영전 칼럼] 2.

이번엔 “의사들이 졌다” [신영전 칼럼]

[사설] ‘김건희 문제’ 해결 없이는 윤석열 정부 미래는 없다 3.

[사설] ‘김건희 문제’ 해결 없이는 윤석열 정부 미래는 없다

여섯번째 대멸종이 올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4.

여섯번째 대멸종이 올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진순 칼럼] 5.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진순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