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지난 3일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용학 |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건설 현장에서 33년을 살아온 숙련공이다. 오늘도 푹푹 찌는 팔월의 더위에 한 말의 땀을 쏟으며 건설 현장의 고됨을 이겨냈다. 이렇게 긴 세월 건설 현장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온갖 건설 사고를 지켜봤고, 이럴 때마다 나오는 대책들을 기대해봤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건설 품질 사고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 대표적 건설 사고인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요만큼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대책들이 근시안적이거나 근본적 원인을 벗어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 무량판 보강 철근 누락으로 인한 붕괴 사고도 어떻게 마무리될지 답이 보인다.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가 콘크리트 품질 문제로 귀결됐듯, 이번에도 힘없는 감리업계만 두들겨 패고 말지 않을까 싶다. 이 붕괴 사고에 분명 종합건설, 전문건설 두 건설사와 외국 인력이 9할 이상의 역할을 했음에도 말이다.
건설 품질 확보는 법규, 안전, 공공성이라는 기반 위에 자리한다. 이를 열두 시 방향이라 치자. 그러나 지금 현실은 △관리 감독 부재 △전문건설업체의 직접 시공 부재 △종합건설 또는 전문건설의 현장 대리인 역량 부재 △내국인 숙련공 부재 등 여러 요인으로 각기 세 시 방향, 여섯 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법이 열두 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음에도 지키려거나 단속하려는 의지도 없고, 안전이 무시되고, 오직 이윤에만 눈이 가 있다. 이렇듯 각기 열두 시 방향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데, 어느 한 곳만 다잡아 열두 시 방향으로 틀려고 한들 건설 산업 전반이 열두 시 방향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현장에선 무량판 붕괴보다 더 큰 사고가 예견되는데,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대부분의 아파트는 1층부터 똑같은 구조로 최상층까지 올라간다. 이는 구조 틀을 한번 제작하면 끝날 때까지 한 개 층, 한 개 층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외부는 철판 재질의 갱폼을, 바닥은 알루미늄 재질의 알폼을 규격화해 사용한다. 이때 콘크리트 구조체와 잘 분리되도록 갱폼과 알폼에 박리제(기름)를 바르게 된다. 이 박리제는 최소한으로 바르고, 철근에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은 어떠한가. 바닥에 박리제를 흥건히 바르고, 마르지도 않았는데 철근을 올리고, 작업화에 묻혀 철근 위를 걸어 다니며 전이시키고, 적게 발랐다고 다시 바르며 철근에 묻히곤 한다. 기름 묻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잘 부착될 수 있을까.
불법 하도급에 기인한 외국인 문제 등 여러 다른 문제도 수없이 많다. 어느 한 곳만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한 곳만 다잡으려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일까. 혹 자본의 힘에 정부와 국회가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와 국회에 정말 주거 공간에 대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지 묻고 싶다. 꿈꾼다면 지금 당장 건설 산업 전반에 대해 품질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장을 구성해야 한다. 건설 품질을 고민하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대안을 마련하고, 도출한 안대로 실행하면 되는 일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워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