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7월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한수정 |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
지난 7월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충북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는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초구에서 사람 2명이 맨홀로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으로는 담당 부처 간 소통과 관리의 부재가 지목됐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 기후변화에 따라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국가의 철저한 위기 대응 체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정부는 최근 물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부의 내년 예산을 증액했고, 환경부는 ‘물위기 대응 전담조직(TF)’과 ‘디지털홍수예보추진단’을 신설하며, 일상화한 기후위기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의 근본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관리 기반은 ‘상수원’과 ‘토목공학’이다. 사람들이 매일 마시는 물과 연관된 상수원 관리와 물이 흐르는 관망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토목공학은 이수(利水, 물을 잘 이용하거나 통하게 함)의 필수적인 첫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하·폐수가 하천에 버려지는 물이 아닌, 상수원으로 순환되는 ‘물’ 자원으로서 관리해야 한다는 ‘물의 순환’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대두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 통합 물관리’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아직도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제대로 된 국가 물관리를 위해서는 통합 물관리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 기존 토목 기반 관리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기본 계획을 수립·구축함으로써, 흩어져 관리되던 정보기술 시스템들과 이로부터 파생한 빅데이터들을 유의미한 ‘물관리 정보’로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물 관련 재난 사고의 예방과 빠른 대처를 위해 통합 물관리 시스템은 행정안전부 소관의 재난안전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안전시스템은 국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컨트롤타워와 군·경찰·소방 등 정부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수해가 발생할 때 유관 부처가 실시간 유량 정보를 파악해 원활한 구조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상호 연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공공 정보기술 사업을 발주할 때,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현재 공공 정보기술 분야의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인해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체들이 물 관련 정보기술 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물관리 전문성을 보유하거나 물 산업 육성에 지속 투자하는 전문회사가 아닌, 규모가 작은 정보기술 사업만을 운영해본 업체들도 많다. 이로 인해 개발한 정보기술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스템 간 연결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체됐던 물관리 일원화가 드디어 탄력을 받은 만큼,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체 없이 해결해야만 매년 여름 발생하던 안타까운 참사 반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