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양유복 | 70대·전남 영암군
“폐암 3기입니다.” 7년 전 의사의 말에 내 곁에 있던 아내와 두 딸은 엉엉 울었고 눈앞이 캄캄해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믿기지 않았다.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중증환자 등록 뒤 환자 100명 가운데 76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폐암 관련 안내 책자를 보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해야 했다.
병원의 수술 계획은 30회 방사선 치료와 6회 항암 주사 치료를 한 뒤 수술 날짜를 잡는 것이었지만, 경과가 좋아 20회 방사선 치료와 4회 항암 주사 치료를 한 뒤 폐암 수술을 했다. 수술 뒤 나약해진 내 모습을 보고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들이 폐암에 좋다고 권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해서 나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2남 3녀 오 남매 자식 모두 대학을 졸업시키고 결혼까지 하고 8명 손주도 보지 않았는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 하느님이 날 쉬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과 반대로 매일 운동하고 산책하며 잘 먹고 여유 있게 살다 하늘이 부르면 하늘나라로 가자. 인생은 대천명이 아닌가. 누구도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왕이면 내 몸속의 암세포와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싸워서 이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용기와 희망, 자신감이 생기고 나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났다. 난 언제나 위기에서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가. 나 스스로 다짐하고 수술 뒤 3일 만에 병원에서 씩씩하게 운동을 시작해 간호사들을 놀라게 했다. 수술 뒤 아내와 같이 100㎞ 거리를 2시간씩 직접 운전하며 씩씩하게 암 치료를 다녔다.
치료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아들마저 몸이 안 좋아 온 정성을 다해 기르던 소들을 어쩔 수 없이 처분했을 때다. 수송차에 소를 실을 때 차를 타지 않으려고 울부짖은 소들의 소리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몸이 안 좋아 집 안에서 지켜보던 나는 마지막 순간에 가까이 가서 소들과 이별했다. “잘 가거라. 미안하다. 새로운 좋은 주인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거라.”
어느새 세월이 흘러 나와 아들 모두 완치했다. 바람에 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태양이 비추는 아침이 오듯이 내 아들 축사에는 어미 소들이 송아지를 낳았다. 보라는 듯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송아지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폭풍이 지나간 들에도 꽃은 피고 지진이 일어난 땅에도 샘은 솟듯이 우리 인생도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 절대 좌절하지 말고 처한 운명에 순응하고 차분히 용기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행복의 문은 열릴 거라 생각하며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련다. 지금도 암과 투병하는 전국의 많은 환우와 어려움에 처한 분들께 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