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올해 처음 시범경기에 채택된 영상콘텐츠 제작 직종에 참가한 선수가 편집한 영상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왜냐면] 조향현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 19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4일 동안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장애인의 기능 향상과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개최한 대회에 17개 시·도에서 39개 직종 447명의 선수가 참가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컴퓨터프로그래밍, 시각디자인, 전자출판 등 정규 직종뿐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모바일 앱개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영상콘텐츠 제작 등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시범 직종도 있어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가 개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선수들의 연령대도 2007년생부터 1943년생까지 다양했다. 수상 여부를 떠나 경기에 오롯이 집중하며 오랫동안 연마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 직종에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선수 중에는 코로나19로 좌절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피자집을 운영하던 최수현(발달장애)씨는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가게를 정리했다. 좌절을 이기고 대전직업능력개발원 식품가공분야에 재입학했고, 제과제빵을 배우며 대회를 준비했다. 처음으로 케이크 데코레이션을 배우며 혼자 실습장에 남아 연습에 매진한 결과, 지방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전국대회에 도전하게 됐다.
바리스타로 근무하던 김민지(청각장애)씨도 코로나19로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컴퓨터 디자인을 배우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처음 도전하는 분야였지만 밤낮 없이 열정적으로 공부해 관련 자격증을 다수 취득했다. 김씨는 지방대회에서 금상을 당당히 수상하며 전국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필자는 종종 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자신의 인생에서 목표를 가지고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삶의 축소판이다. 낙심하거나 좌절할 수 있었지만, 상황을 극복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대회다.
‘능력’이 아닌 ‘장애’를 먼저 보고 장애인이 만든 결과물에 의심의 눈길이 먼저 간다면, 대회에서 아름답게 빛난 장애인의 투지와 실력을 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더 많은 세상의 도전들을 함께하며 응원할 수 있다면 대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