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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한러수교 33주년…북방정책으로 주변 4강 갈등 해소해야

등록 2023-10-04 18:56수정 2023-10-05 02:37

1990년 9월30일 한국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과 수교했다. 같은 해 12월14일 소련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이 한-소 정상회담 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1990년 9월30일 한국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과 수교했다. 같은 해 12월14일 소련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이 한-소 정상회담 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왜냐면] 박종수 | 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지난 9월30일은 한-러 수교 3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전 세계 화합의 장이 됐다. 2년 뒤 한국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과 수교했다. 또다시 2년 뒤 중공과 수교했다. 북방외교의 기수는 북한으로도 향했다. 유엔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두 맹방을 잃은 북한은 고립무원이었다. 심각한 식량난 등 ‘고난의 행군’으로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런 북한이 다시 일어섰고 이젠 가공의 핵무기까지 지녔다.

그럼에도 북방외교는 성공한 외교정책이었다. 러시아·중국과 수교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다만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흡수통일을 기대했던 것은 오판이었다. 미완의 북방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대 정권의 핵심 대외정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분단의 영구화를 원하지 않는 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다. 이미 ‘세계소전’(The little world war)으로 확전했다. 한반도까지 전운이 감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스스로 싸움판에 끼어들어 화를 자초하고, 심지어 전쟁 당사자를 향해 삿대질하는 것은 지나치다.

전쟁보다도 더 위협적인 것이 지구온난화다. 북극의 만년 빙하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가 급속히 녹아내린다. 동해에서 서식했던 명태가 캄차카 반도로 북상한 지 오래다. 전량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주요 농작물의 재배 적지도 계속 북상 중이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을 북한이나 러시아에서 수입해야 할 날도 머지않았다. 북방정책은 가치를 넘어 생존의 문제요, 북방으로 향한 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은 전 세계 유례없이 산업화·민주화·세계화를 최단 시일에 이룩한 나라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등극했다. 그렇지만 해륙국·분단국·통상국이라는 지정학적·지경학적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머리 위에서 북극·북태평양 시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핵 보유 3국인 북중러가 밀착하고 있다. 한미일 연대의 반작용이다. 주변 4강의 갈등이 고조하면 한반도가 불안해지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서 갈등 유발의 중심국이 아니라 갈등 해소의 중추국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중추국가론의 실현 방안으로서 ‘북중러 접경 두만강 하구 평화경제 지대화’를 검토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광복 뒤 78년 동안 남북 간 협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3지대 협력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주변 강국의 영향력을 순기능적으로 활용해 북한을 개혁·개방시키고 국제공동체 일원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이 지역은 평양으로부터 원거리에 있어 외부 사조 유입에 의한 북한 체제 붕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셋째, 30여년 동안 답보상태에 있는 유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을 활성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떨어진 유엔의 기능을 회복하고 북중러 대 한미일 갈등을 해소하는 완충지대로 삼을 수 있다. 넷째, 113년 전 안중근 의사가 꿈꾸던 동양평화론을 안 의사와 동지 11명의 단지동맹의 현장인 이곳에서 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섯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시베리아 개발 및 북극·북태평양 시대를 맞아 한반도가 세계 질서의 중심축이 되는 21세기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펼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의 일환으로 ‘북중러 접경 관광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보류했다. 오는 11월 평양에서 개최하는 북러 간 경제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위기는 기회다. 북방정책을 다시 설계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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